“시즌 때 내가 아파서 선수들이 더 고생…” 임태훈 눈물의 문자메시지

입력 2010-10-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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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서 울었고, 미안해서 눈물을 흘렸다. 삼성과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투혼의 역투를 보였지만 결국 무릎을 꿇은 두산 임태훈은 “동료들에게 미안할 뿐이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 DB]

팀 패배 자신의 탓으로 돌려…김감독 투혼에 박수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 연장 11회말 2사 만루, 박석민의 유격수 쪽 땅볼이 결국 끝내기내야안타가 되자 마운드에 있던 임태훈(22)은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좋아하던 삼성선수들 사이에서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그렇게 팀의, 자신의 가을잔치가 끝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경기 직후 임태훈은 “죄송하다”고 했다. “내가 더 강했더라면 이겼을 것”이라고 자책했다. 하지만 그가 없었더라면 야구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두산의 ‘미러클 시리즈’도 없었다. 1승1패를 주고받은 PO 3차전, 불펜투수가 모두 소진된 상태에서 임태훈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삼성이 4-3까지 추격한 9회말 1사 2·3루에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던 것도 마지막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그의 호투 덕분이었다. 운명의 5차전에서도 연장 10회 1사 후부터 마운드에 올라 이를 악물고 공을 던졌다. 그럼에도 그는 팀의 패배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패배 하루 뒤“시즌 때 안 아팠더라면 선수들이 준플레이오프부터 고생 안 하고 플레이오프부터 치렀을 것”이라는 문자로 책임을 통감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임태훈의 투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포스트시즌 내내 치열한 접전을 펼친 김 감독은 5차전 종료 후 한동안 덕아웃에 앉아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승을 목표로 한 만큼 누구보다 속이 쓰렸을 터. 하지만 버스로 이동하기 위해 오른팔에 아이싱을 한 채 그라운드로 나온 임태훈을 보자 “태훈아, 마지막 모습이 정말 좋았다”고 칭찬했다. “내년에 한 번 더 잘 해보자”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임태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미 지칠 대로 지친)애들이 마운드 위에서 던지는데 마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승자와 패자의 명암은 갈렸다. 하지만 패배의 아픔은 사람을 더욱 성숙하게 한다. 잘 던지고 패전투수가 된 임태훈의 눈물도 그를 한 단계 더 발전하게 할 밑거름이 될 것이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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