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기자의 가을이야기] 이영욱 “아버지, 제 꿈은 연봉 1인자 입니다”

입력 2010-10-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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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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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 행복에 눈뜬 삼성 이영욱아버지가 아들에게 한 마디 합니다. “이 녀석아, 볼 좀 오래 보고 기다려봐. 자꾸 초구 쳐서 아웃되지 말고.” 모처럼 잡은 기회가 행여 날아가기라도 할까봐 애간장이 탄 겁니다. 부루퉁한 얼굴의 아들이 발끈합니다. “아버지, 말은 참 쉽죠. 직접 뛰어보세요, 마음 먹은 대로 되나!” 부자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침묵. 잠시 후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엽니다. “알았다. 미안하다. 앞으로는 말없이 지켜보마.” 삼성 이영욱(25·사진)과 아버지 이진우(57) 씨의 유일한 ‘싸움’은 그렇게 싱겁게 끝납니다. 아들이 프로에서 차츰 자리를 잡아 나가던 지난해의 일입니다. “태어나서 아버지에게 화를 내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랬나봐요.” 착한 아들이 멋쩍게 웃습니다.

이영욱은 어릴 때부터 몸이 날렵하고 발이 빨랐습니다. 축구에 농구까지 하면서 뛰어 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내민 전단지 한 장을 받아들면서 운명이 결정됐습니다. ‘자이언트 리틀야구단 회원 모집’. 아버지 손에 이끌려 가입 신청을 했고, 그렇게 지금까지 야구를 하게 된 겁니다.

사업을 했던 아버지는 운동하는 아들 몸에 좋다는 건 뭐든지 다 사다 먹였습니다. 중·고교 감독을 직접 만나 아들의 장기를 열심히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교 2학년 때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고 말았습니다. 이영욱이 프로에 입단한 후에는 그의 수입으로 온 가족이 먹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하지만 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힘든데도 내색 안 하고 평소처럼 해주시려는 아버지를 보면서 마음이 더 아팠어요. 내가 야구 잘 해야겠구나, 각오를 다졌죠.”

프로 첫 해, 총 여덟 번 타석에 섰다가 삼진만 네 번 당하고 돌아섰습니다. 2년차 때는 전지훈련에도 따라가지 못해 자포자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이영욱은 가족에 마음을 의지한 채 몸을 일으켰습니다. “다들 왜 ‘경험’얘기를 하시는 지 이제 알 것 같아요. 1군에서 처음으로 중요한 활약을 한 순간, 모두가 제 이름 석 자를 크게 외치는 걸 들으니 그 어느 때보다 떨리더라고요.” 마냥 어렸던 아들은 이제 진짜 프로 선수로서의 기쁨을 알게 됐습니다. 팬들의 환호 속에 야구하는 기쁨, 좋은 성적을 내고 그에 걸맞는 보상을 받는 기쁨, 그리고 가족을 행복하게 하는 기쁨.

“무뚝뚝한 아버지가 ‘잘 했다, 수고했다’ 한 마디 하시는 게 그렇게 힘이 날 수가 없어요.” 아들은 쑥스럽게 말합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원대한 목표를 털어놓습니다. “서른이 넘었을 때는 국내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될 거예요.” 그리고 하나 더. 자랑스러운 아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도 아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답니다.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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