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피플] “아! 어머니…”

입력 2010-1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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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대표팀 안병욱 수석코치가 췌장암에 걸려 생사를 오가는 어머니를 두고 국가를 위해 광저우 땅을 밟았다. 경영대표팀의 태극마크 뒤에는 개인사도 접어둔 지도자들의 헌신이 있다. [스포츠동아DB]

암투병 어머니 1주일 정도 남아
타국땅서도 마음만은 항상 곁에
대회 끝날때 까지만 견뎌주시길
‘아, 어머니. 제발 대회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14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아쿠아틱센터. 경영대표팀의 오전 경기가 끝난 뒤, 대표팀 안병욱(48) 수석코치는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들이마셨다. 오후 결선 경기를 앞둔 긴장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내뿜는 연기 속에는 부산에 두고 온 어머니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이 묻어났다.

안 코치의 어머니는 2년 전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대표팀이 출국하기 보름 전, 담당의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췌장암 말기라서 이제 한 달을 넘기시기가 힘들 것 같다”는 비보였다.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었지만 안 코치는 곧 마음을 진정시켰다. 아시안게임이 코앞이기 때문이었다.

안 코치는 이 사실을 개인혼영에 출전하는 남유선(25·부산시체육회), 접영 박나리(22·인천시체육회)·최혜라(19·오산시청), 자유형 김가을(13·경북체중) 등 그가 담당하는 선수들에게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혹시라도 큰 경기를 앞두고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선수들의 지도에 매달렸다. 부산에 계신 어머니 곁에 가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지만, 태극마크의 무게감은 그의 발걸음을 태릉에 매어두었다. 대신 부산에 거주하는 대한수영연맹 정부광 부회장이 음으로 양으로 안 코치의 어머니를 챙겼다. 안 코치의 부인도 시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안 코치는 “어머니께서 간병인도 마다하시고 계속 며느리만 찾으신다”고 했다.

이제 의사가 얘기한 “한 달” 중 3주가 지나고 있다. 이미 “마음의 준비는 마쳤다”고 했다. 전화통화를 해도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 하지만 모자(母子)간의 애틋한 정은 수화기를 통해 전해지는 것만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생사의 순간을 넘기면서도 아들에 대한 격려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안 코치는 “어머니께서 대회를 잘 마치고 오라고 잘 견뎌내시는 것 같다”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대한수영연맹은 만일의 상황이 발생하면, 안 코치를 급히 귀국조치 해 ‘어머니 가시는 길’을 지키도록 할 예정이다. 경영대표팀의 태극마크 뒤에는 개인사도 접어둔 지도자들의 헌신이 있었다.

광저우(중국)|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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