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결심까지 했던 숨겨진 사연] AG 2연패 남현희 “펜싱 그만두려 했었다”

입력 2010-1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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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 사진=연합뉴스.

소속팀 서울시청 떠나며 혼자서 훈련
미래 불안·스트레스에 은퇴까지 생각
성남시청에 새둥지 틀며 부활 구슬땀
플뢰레 개인전 中 천진옌 꺾고 금 영광

남자 사브르 구본길 첫 출전서 금메달
‘한국펜싱의 간판’ 남현희(29·성남시청)의 아시안게임 여자플뢰레 개인 금메달 뒤에는 한 때 은퇴 결심까지 했던 사연이 담겨있다.

2009년까지만 해도 남현희의 소속팀은 서울시청이었다. 하지만 남현희는 여러 가지 갈등을 겪으면서 결국 재계약 포기를 결심한다. 마땅한 팀이 결정된 것도 아니었다.

남현희는 연말연초, 소속팀도 없이 태릉에서 묵묵히 칼을 잡았다. 펜싱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였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엄습했다. 운동을 둘러싼 주변관계에 스트레스가 심했던 남현희는 “펜싱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2008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의 아쉬움이 그녀를 붙잡았다. 입버릇처럼 “2012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던 남현희였다.

그녀의 재능을 아깝게 여긴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이 백방으로 뛰었다. 그리고 결국 성남시청에 새둥지를 틀었다.

성남시청은 남현희의 영입과 함께 여자펜싱팀을 창단했다. 조건도 좋았다. 계약금 1억2000만원, 연봉7000만원 등 총액 3억3000만원에 3년 계약이었다. 2012런던올림픽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계약기간 중에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에서 입상할 경우 포상금은 별도로 정했다.

이 뿐이 아니었다. 성남시청은 남현희의 세계랭킹 관리를 위해, 연간 4개 국제대회 비용도 부담하기로 약속했다. 펜싱 세계랭킹은 국제대회 성적별로 부여하는 포인트를 합산해 결정하는데, 국제대회에 많이 참가할수록 유리한 조건이다. 톱랭커들은 상위 시드를 배정받는다. 남현희는 올시즌 내내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결국 그 결과가 광저우에서 나왔다. 남현희는 19일 광저우 광다체육관에서 열린 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천진옌(중국)을 15-3으로 격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사브르의 구본길(21·동의대)도 개인전 결승에서 중만(중국)을 15-13으로 꺾고 우승했다. 아시안게임 첫 출전에서 거둔 금 쾌거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자 플뢰레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었던 남현희는 이로써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했다.

남현희는 22일 여자 플뢰레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에 도전한다. 만일 단체전에서도 아시아정상에 오른다면 2006도하아시안게임에 이서 2관왕 2연패를 달성한다.

광저우(중국)|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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