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잘하면, 우린 짐싸야해요”

입력 2011-01-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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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에서 한국 심판진으로 선정된 정해상 부심(왼쪽부터), 김동진 주심, 장준모 부심, 권종철 심판위원장이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아시안컵 한국심판 3인방과의 유쾌한 수다

12개국 심판 그라운드 이색대결
4강부턴 우수판정 7개국만 생존
대표팀 4강진출땐 무조건 떠나야
한국 축구를 대표해 카타르 아시안 컵에 출전한 것은 대표팀뿐이 아니다. 심판진도 또 다른 자랑거리다. 남아공월드컵 때 칼날 같은 오프사이드 선언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정해상 부심과 김동진 주심-장준모 부심이 짝을 이뤄 2일(현지시간) 도하에 도착했다.

이번 대회는 역대 처음으로 같은 국적의 심판 3명이 한 개의 팀으로 묶여 나서는데, 총 12개 국 심판진이 뽑혔다. 아프리카 알제리 심판진이 아시아-아프리카 축구 교류 차원에서 도하에 머물고 있으니 정확히 말해 아시아권에선 11개 팀이 참가한 셈이다.

이들 3명과는 아주 우연히 마주쳤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심판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B조 사우디아라비아-시리아 간의 9일 경기에 배정돼 아쉽게도 대회 개막전 휘슬은 불지 못하게 됐지만 표정은 밝았다.

철저한 검증을 거친 3총사다. AFC는 아시아 모든 국가들 심판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각 종 대회에 경기규칙, 체력, 팀워크, 어드벤티지 적용, 경고 및 퇴장 정확 적법성 여부 등 5개 항목을 세밀히 따져 가장 우수한 성과를 올린 일부만을 엄선했다.

정 부심의 경우 인도네시아-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 4개국에서 열린 2007년 대회에서 권종철 심판위원장과 함께 호흡을 맞춘 적도 있다. 공교롭게도 이 자리에는 권 위원장까지 동석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심판 3인방의 선전을 바라면 안 될 처지다. 만약 이들이 결승전 휘슬을 잡게 된다면 한국은 그 자리에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빨리 우리가 귀국해야 한다”는 정 부심의 얘기는 농담보다 진담에 가까웠다. 다만 8강까진 호흡을 맞추길 기대한다. 12개 그룹 중 가장 우수한 7개 그룹으로 줄어든다. 물론 성적과는 별개로 대표팀이 토너먼트 상위로 올라가면 일찍 짐을 꾸려야 한다.

“우리도 컨페더레이션스 컵에 나갈 수 있도록 적당히 하고 돌아가시라”는 대한축구협회 김대업 국제국 과장의 웃음 섞인 한 마디에도 뼈가 담겨 있었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할 터. 김 주심은 “재미있게 즐거운 마음으로 휘슬을 불겠다”고 했다. 장 부심은 “2014년 브라질에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도하(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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