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 베이스볼] “2009 KS 나지완 KO펀치…최고의 감동”

입력 2011-01-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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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KIA팬에게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9회말에 터진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선물이었다. 그 경기에서 나지완(오른쪽)이 홈런을 친 후 최희섭과 함께 홈으로 뛰며 양팔을 번쩍 들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1999년 한화 사상 첫 KS우승…나에겐 뽀빠이의 시금치
무명의 고효준 3년 8개월만의 선발승 진짜 감동 먹었죠
아빠가 전화로 중계한 삼성 우승소식 타국서 눈물 펑펑
살다보면 잊혀지지 않는 최고의 순간이 있다. 야구를 사랑하는 그녀들에게는 야구장에 있는 매순간이 그렇다. 그래서 뽑아봤다.‘야구팬 생애 최고의 경기’. 처음에는 기억을 더듬느라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역시나 ‘야구홀릭’답게 경기뿐 아니라 당시 상황까지 생생하게 기억하는 진정한 팬심을 보여줬다.


○한화팬 구율화

1999년 10월 29일에 벌어진 한국시리즈 5차전이에요. 한화가 창단 후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던 바로 그 경기죠. 그날 이후로 한화가 우승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잊을 수 없어요. 8회말에 지금은 코치이신 장종훈 선수가 역전 희생플라이를 날리던 순간, 제 가슴속에 응어리졌던 뭔가가 뻥 뚫리는 느낌이었어요. 살면서 힘든 난관에 부딪치거나 절망스러울 때면 그날을 생각해요. 나의 영웅들이 그라운드에서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들어올리던 자랑스러운 그 순간을요. 나도 그들처럼 힘을 내 이 싸움에서 이기고 손을 높이 들어올릴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견디곤 하죠. 그날의 경기는 제게 뽀빠이의 시금치와도 같답니다.


○SK팬 박다해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는 2009년 4월 10일 히어로즈전 고효준 선수 선발 경기예요. 이날이 고효준 선수가 무려 3년8개월 만에 선발승도 거두고 ‘11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던 날이거든요. 사실 처음에는 선발이 고효준이라고 해서 의구심 반, 불안함 반이었어요. 아시다시피 당시 고효준 선수는 4년간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 없는 무명이었잖아요. 그런데 이게 웬일! 삼진을 잡기 시작하더니 정신없이 K수를 늘려가는 거 아니겠어요?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천천히 구장을 나서는데 마침 수훈선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온 고효준 선수와 마주쳤어요. 그때 고효준 선수가 밖에 기다리고 있던 가족과 진한 포옹을 하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네요. 나중에 기사를 통해 고효준 선수가 시즌 전 감독님께 트레이드 부탁했다가 거절 당한 이야기를 접하고 한 번 더 눈물을 흘렸답니다.


○삼성팬 김빛나

2005년 프랑스 유학 중이었던 저는 삼성이 정규시즌 1위를 하고, 한국시리즈에 안착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삼성의 우승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경기도 볼 수 없는데 저 없이 치러지는 한국시리즈가 야속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어요. “2사 주자 3루, 볼카운트 1-1 …. 안타! 조동찬 내야안타! 김재걸 홈에 들어오면서 스코어 2-2.” 아빠가 야구를 좋아하는 저를 위해 직접 전화를 걸어 중계를 해주신 거예요. 추운 방에서 홀로 점심을 먹다가 아빠의 육성으로 한국시리즈 중계를 듣는데 가슴이 벅차오르더라고요. 아빠는 한국시리즈 4경기 내내 중요한 순간마다 전화를 걸어 짧지만 가장 따뜻한 중계를 해주셨어요. 저도 전화기를 붙들고 매 순간 마음을 졸이다가 삼성의 우승소식에 함께 눈물을 흘렸죠. 야구팬으로 살면서 많은 경기를 눈으로 봤지만 이때 귀로 들은 한국시리즈만큼 생생하고 감동적인 경기는 없었어요.


넥센 손승락 기적같은 25S에 연간 지정석 즉시 구매
작년 PO3차전 포기 모르던 곰들의 투혼 반해 버렸어
김광현 잡고 3년 연속 4강 사직은 그야말로 잔치였죠

○넥센팬 황선하

지난해 9월 22일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시즌 끝물이라 경기가 띄엄띄엄 있었는데 손승락 선수 25세이브를 보려고 빠짐없이 경기장을 찾았어요. 그런데 번번이 세이브 기회가 무산되는 거예요. 팀도 5연패 중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이날도 8회말까지 1점을 뒤져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오늘도 점수 못 내고 지겠구나! 우리 팀도 단독 타이틀홀더 한 번 해보자는데 그게 왜 이렇게 힘드냐’며 신세한탄을 하고 있었는데 8회말 기적이 일어났어요.

2사가 되고 포기하고 있는 순간 송지만 선수가 안타를 치고 출루를 하더니 강정호 선수가 2점홈런을 치면서 역전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리고 9회 마운드에 오른 손승락 선수가 깔끔하게 이닝을 매조지하는 순간, 친구들을 부여잡고 방방 뛰었어요. 결국 올해도 넥센에 충성하기로 다짐하고 바로 2011년 연간지정석을 샀죠. 이래서 저 넥센팬을 못 그만두나 봐요.

○KIA팬 김은경

KIA팬으로서 잊을 수 없는 경기는 단연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이에요. 1, 2차전을 가볍게 이겨서 내심 쉽게 우승하겠다 싶었는데 3, 4차전을 내리 지고, 5차전을 이기고 6차전을 또 지더라고요. 7차전 한 회, 한 회가 살얼음판이었어요. 솔직히 4회 박정권 선수의 홈런으로 2점을 내줬을 때 ‘졌다!’싶었어요. 5회에도 1사 만루에서 박정권 선수가 추가점수를 냈잖아요. 5회말에 1점 쫓아갔다가 6회 SK가 다시 2점을 달아나서 마음을 접었죠.

그런데 6회말부터 KIA가 따라잡기 시작하는데 정신이 번쩍 나더라고요. 나지완 선수의 중월2점홈런, 7회 안치홍 선수의 솔로홈런, 김원섭 선수의 적시타로 5-5를 만들더니 9회말 터진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 무엇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KIA 선수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어요. 저, KIA를 좋아하길 참 잘 했어요.


○두산팬 최선경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가 한 명언이 있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제 생애 최고의 경기는 이 문장에 딱 떨어지는 2010년 10월 10일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었어요. 스코어 6-6, 연장 11회 밀어내기 볼넷에 적시타까지 맞고 6-8로 뒤집혔잖아요. 당시 목이 터져라 두산을 응원했지만 ‘어쩌면 지겠구나!’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정작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더라고요. 11회말 임재철 선수의 동점2타점 적시타에 손시헌 선수의 끝내기 안타로 만들어낸 극적인 승리. 결과적으로는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지만 두산 선수들의 투혼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어요.


○LG팬 송주현

LG는 개인적으로 역동성과 긴장감이라는 숙제를 팬들에게 가장 많이 부여하는 팀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전 제 생애 최고의 경기가 아니라 가장 가슴 아팠던 경기를 꼽으려고 해요. 아팠기 때문에 기억에 더 남거든요. 2002년 11월 10일 한국시리즈 6차전, 기억하시나요? 정규시즌 4위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간 LG가 투혼을 발휘해서 2승3패까지 만들었죠. 사실 1차전을 내줬을 때 힘들겠구나 싶었는데 5차전을 1점차(8-7)로 이기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가졌어요. 게다가 6차전은 LG가 2회 선취3점을 뽑았잖아요. 바로 추격당하기는 했지만 일방적으로 지지는 않겠다 싶었죠. 특히 4-5로 뒤지던 6회 2사 1·2루에서 조인성의 적시타와 대타 김재현의 좌익수와 중견수를 꿰뚫는 2타점 적시타로 재역전했을 때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어요. 대타로 기용됐던 김재현 선수가 2루타성 타구를 날리고도 절룩거리며 1루까지 겨우 나갔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1점차로 지며 결국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우승을 코앞에 남겨두고 좌절해야했던 아쉬움보다 선수들의 포기하지 않은 근성을 가슴속 깊이 새겨뒀어요.


○롯데팬 박현수

저는 2010년 9월 14일 경기요. 롯데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직에서 SK를 누르고, 4강행 티켓을 거머쥔 날이 가장 짜릿했어요. 사실 지난해 롯데는 박기혁 홍성흔 조성환 등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잖아요. 다행히 김수완 이재곤 전준우 등 새로운 선수들이 공백을 메워주면서 4강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사실 마지막까지 KIA냐, 롯데냐를 두고 어찌나 맘을 졸였는지 몰라요. 게다가 선발이 SK 김광현 선수지 뭐예요. 반드시 이겨야하는데 난관이 너무 높더라고요. 그런데도 집중력을 발휘해 2점차로 승리를 결정짓는데, 저뿐만 아니라 모든 롯데팬들이 행복한 날이었어요.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홈구장에서 챔피언데이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거머쥐어 기쁨이 2배였고요. 이날 구장에 새떼가 많이 날아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롯데의 3년 연속 4강 확정을 축하하는 길조였나 봐요.

정리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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