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아내는 말렸지만…때가 됐다”

입력 2011-0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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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가 연봉조정 신청을 냈다. 조정신청에서 선수가 절대열세였던 전례를 알고 있음에도 이대호는 그 길을 선택했다. 7억원은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DB

나이·기록으로 볼 때 목소리 낼 시기
맘고생 심했지만 결심…후회는 없다
“정말 힘들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후회는 없다.”

연봉조정 신청은 구단에게는 물론이고 선수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스로 표현대로 “마음 고생이 심했지만” 그래도 결심을 굳힌 건 “나이로 보나 기록으로 볼 때 이제는 내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루 전 6억3000만원을 제시한 구단안에 반발해 7억원을 요구하며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연봉조정 신청을 한 롯데 이대호(29)는 11일, 동료들과 함께 김해 상동 2군 구장에서 팀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연봉 계약과는 별개로 훈련은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 표시였다.

이대호는 배팅 연습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연봉조정 신청을 하게 된 속내를 진솔하게 풀어놨다.“아내도 처음부터 말렸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신청했다고 하니까 되레 힘을 주더라”고 말문을 연 그는 “왜 고민이 없었겠느냐.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연봉 협상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뜻을 구단이 받아주지 않았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동안 연봉조정 결과 선수가 승리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말에 “난 아무도 하지 못했던 타격 7관왕도 해 냈다. 내 의견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당초 연봉 협상을 조기 마무리한 뒤 15일 사이판으로 건너가는 투수·포수조와 함께 출발해 다른 야수들보다 5일이라도 빨리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었다.

연봉조정을 신청하면서 이것이 물거품된 데 대해 그는 “오른쪽 발목이 아직도 좋지 않아 하루라도 먼저 따뜻한 곳에 가서 재활도 하고 훈련도 하려 했는데 너무 아쉽다”면서 “이젠 별 수 없다. 고민이 적지 않았던 만큼, 끝까지 가서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대호는 그러면서 구단이 FA 권리 행사를 앞둔 이승엽의 연봉(2003년·6억3000만원)을 기준으로 삼은 것에 대해 “벌써 8년 전의 얘기다. 그동안 물가도 올랐고, 그 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후배인 (강)민호도 연봉조정신청을 생각하길래, 아직 연차도 어리고 금액차도 크지 않은데다 개인 이미지에도 해가 될 수 있으니 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나도 더 어리거나 했다면 구단 입장을 고려해 조정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난 이제 해도 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동료들도 나를 응원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언제든지 구단이 부른다면 굳이 추가 협상 자체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죄 지은 것도 아니고, 난 지금 어디까지나 롯데 소속 선수다. 구단이 만나자면 언제든 만나겠다”고 했지만 “7억 아래 금액에 사인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배재후 단장 또한 “추가 협상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선수 요구액(7억원)을 받아들이긴 힘들다”고 단정했다. 현 상황으로는 양측 입장이 팽팽한 평행선을 걷고 있는 분위기. 극적 타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김해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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