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못하니 대우가 다르더라” 윤성환,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입력 2011-0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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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휴식 반납…열흘 먼저 괌훈련
6kg 감량…벌써 하프피칭도 돌입
“지난해 굴욕…실력으로 말하겠다”
삼성 윤성환(30)에게 2010년은 혹독한 시련의 해였다.

개막전 선발의 중책을 맡을 만큼 팀 마운드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2009년 14승(5패)으로 공동 다승왕을 거머쥔 덕에 명실상부하게 에이스로 대접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2010시즌 그의 성적은 안팎의 기대가 무색하게도 3승6패(1홀드), 방어율 5.91로 몹시 초라했다.

크고 작은 부상이 결정타였다. 개막 직전 덜컥 허벅지에 탈이 나더니 시즌 도중에는 무릎과 어깨 등 온몸으로 번졌다.

스스로는 “(부상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여기저기 아프다보니 (구위가 떨어져) 얻어맞고, 그러면 또 자신감이 떨어지고…. 그렇게 악순환이 거듭됐다”고 실토할 정도로 온전치 못했던 몸이 부진의 직접적 원인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그가 존재감을 잃은 사이 삼성 마운드에선 장원삼과 차우찬이 좌완 원투펀치를 구성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누라 뭐래도 우리 팀 에이스는 윤성환”이라고 못 박았던 선동열 전 감독의 관심과 애정도 어느새 장원삼과 차우찬에게로 옮겨갔다. 이쯤 되면 윤성환으로서도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을 터.

그가 동료들보다 열흘 이상 앞서 괌에 훈련캠프를 차린 이유도 이처럼 구겨진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였다. 윤성환은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를 뒤로 한 채 지난달 27일 권오준, 오승환, 채태인 등과 함께 마치 ‘별동대’처럼 괌으로 먼저 출국해 차분히 새 시즌을 준비해왔다.

효과는 당장 확인되고 있다. 이달 8일에야 괌에 도착한 동료들은 윤성환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6kg이나 체중을 빼 홀쭉해진 그에게 “어디 아픈 것 아니냐”고 농담을 걸며 혀를 내두른 후배가 있을 정도로 열흘새 윤성환은 몸부터 달라져 있었다. 그는 “확실히 (괌에) 일찍 온 보람이 있다. 몸이 가볍다”며 “벌써 하프피칭 단계다.

곧 불펜피칭을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올해 캠프에서는 연습투구를 최대한 많이 소화할 계획이다. 잘 하면 2000개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새 시즌 목표는 당연히 에이스로의 복귀. 윤성환은 “야구를 못하니까 사람들의 대우가 달라지더라. 옛날에는 안지만이랑 같이 걸어가면 내게 사인을 부탁하는 팬들이 더 많았는데 작년에는 완전히 거꾸로 됐다”며 올 시즌 부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프로는 역시 실력”이라는 평범한 이치도 새삼 다시 깨달았다는 윤성환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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