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기자의 오키나와 통신] 오릭스맨 이승엽 ‘日정복 3단변신’

입력 2011-0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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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달라졌다. 적어도 세 가지 각도에서 이승엽은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밝아졌다는 것, 길을 안다는 것, 그리고 멀리 본다는 것. 이런 것들이 올시즌 이승엽의 긍정요소를 뒷받침하는 디테일이다.

이승엽은 19일‘마음의 고향’삼성의 베이스캠프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오릭스 유니폼을 입고 최초의 상대를 둔 평가전을 치렀다. 5번 1루수로 나와 중견수와 유격수 뜬공 아웃됐으나 3번째 타석인 7회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를 쳤다. 볼카운트 2-0의 열세에서 곽동훈의 3구째 직구를 받아쳐 중견수쪽 2루타로 만들었다. 오릭스 오카다 감독은 바로 이승엽을 교체하는 배려를 보였다.


○이승엽이 달라졌다 1. 밝아졌다

오전 10시20분쯤 야구장에 닿은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서 가장 늦게 내린 이승엽은 들어가자마자 삼성 식구들을 챙겼다. 류중일 감독, 김성래 타격코치, 양준혁 해설위원 등에게 인사했다. 삼성 후배들의 인사도 받았다.

덕아웃 제일 앞자리 오른쪽 가장자리에 자리한 이승엽은 두 타석까지 못 쳤는데도 웃는 낯이었고, 동료와 얘기를 주고받았다. 양준혁과 만난 자리에서 이승엽은 “오릭스는 훈련량이 많은데 몸은 피곤하지만 선수-코치끼리 커뮤니케이션이 편하다”고 말했다. ‘스타와 재력은 있어도 기다려주지 않은’지바롯데와 요미우리 시절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는지를 반증하는 발언이다.

마음의 안정이 삼성 실무직원의 안부까지 물을 정도의 여유로 확장된 셈이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이승엽이 오카다 감독 밑에서 뛴 것은 참 다행이다”고 했다. 한번 선수를 믿으면 끝까지 신뢰하는 스타일의 감독을 이제야 일본에서만났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적 여유는 곧 야구를 보는 여유로 이어졌다.


○이승엽이 달라졌다 2. 길을 안다

이승엽은 2루타 자체보다 그것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흡족해했다. 상대 투수에게 코스를 물어본 것은 제대로 구사된 바깥쪽 공에 의도대로 대응했음을 확인하는 절차였다. 이승엽은 인터뷰 내내“나의 스윙”,“실전감각”을 강조했다.

어떤 이상적 타격 메커니즘을 설정하고, 그것을 코치진과 공유하며 그 길을 착실하게 밟아가고 있는 과정이 지금이라는 얘기다. 2루타에 대해서도 “몸이 빠지지 않고 스윙이 잘됐다”고 평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 감각에 완전히 도달하기 위해 이승엽은 “공을 보는 연습”과 “타이밍”을 제시했다. “포크볼이나 원바운드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가리는” 선구안을 익힌 뒤, 타이밍을 포착해 “하체를 활용한 타법”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이승엽은 “이제 변화는 끝났다. 완전한 스윙을 만드는 과정”이라 했다.


○이승엽이 달라졌다 3. 멀리 본다

“볼을 따라가지 않고 제 스윙만 하면 과분하겠지만 40홈런도 해보는 데까지 하겠다”, “한일통산 500홈런-2000안타라는 마음의 목표는 마찬가지”, “전부터 4번은 안 좋아했다. 6번타순에 전혀 부정적인 생각은 없고, 3∼5번 타자 피하면 찬스 놓치지 않겠다”, “퍼시픽에 좋은 좌투수가 많아서 어렵다.

그래도 좌투수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포크볼이 없으니 편하다. 몇 년간 (플래툰 탓에)왼손 상대를 못했는데 타이밍만 잘 잡으면 오른손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야구는 분명 있다”까지. 발언을 따라가면 오릭스에서는 붙박이로 뛸 수 있다는 낙관이 깔려다. 이제 더 이상 출장 자체를 걱정하는 시절이 아니다.

온나손(일본 오키나와현) |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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