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95년 대지진’ 고베 아픔 보듬은 오릭스의 우승

입력 2011-03-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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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와 이승엽이 소속된 일본프로야구 오릭스는 2003년까지 팀명이 오릭스 블루웨이브였다. 고베를 연고로 했다.

그러나 오사카 지역의 긴테쓰 버펄로스와 통합하면서 2004년부터 오릭스 버펄로스로 재탄생한 뒤 현재 2개의 홈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오사카의 교세라돔에서 페넌트레이스 3분의 2 정도를 치르고, 고베의 호토모토 필드(지난해까지 스카이마크 스타디움)에서 3분의 1 가량을 소화한다.

오사카에는 인기면에서 일본 최고 명문팀 요미우리에 필적하는 한신 타이거스가 있다. 오사카와 고베를 나눠 쓰고 있는 오릭스는 특히 오사카 지역에서는 인기와 흥행면에서 더욱 고전할 수밖에 없다.

오릭스로서는 아예 연고지를 오사카로 통일해 정체성부터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나 오릭스의 나카무라 편성부 과장은 “우리는 고베를 버릴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 이유를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고베는 1995년 1월 한신 대지진을 겪었다. 당시 규모 7.3의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고베 지역에서만 무려 6000여 명이 사망했다. 수많은 주민들이 한순간에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었다.

나카무라 과장은 “당시 오릭스는 프로야구를 개최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고베 시민들이 프로야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시즌이 개막됐는데 팬들이 정말 많이 야구장을 찾아주셨다. 결국 오릭스는 우승을 차지했다”고 아직도 감격에 겨운 듯 눈을 감았다. 팬들은 “야구 외에는 희망이 없다”며 시즌 내내 오릭스를 응원했고, 오릭스 선수들은 “팬들에게 야구로 희망을 주자”며 있는 힘을 다해 싸워 우승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동북부에 대지진과 지진해일이 발생했다. 특히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미야기현의 현청 소재지 센다이는 김병현이 소속된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본거지다. 홈구장 크리넥스 스타디움도 파손돼 25일 개막전(지바롯데전)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센다이가 슬픔을 극복하고 하루 빨리 일상을 되찾기를 기원하는 것은 비단 나카무라 과장만은 아닐 것이다. 라쿠텐 선수들도 올 시즌 프로야구가 시작된다면 1995년 오릭스처럼 실의에 빠진 센다이 주민들에게 야구로 희망의 횃불을 밝혔으면 좋겠다. 어디에나 기적은 있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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