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넥센 유한준, 첫 홈런이 만루포…“딸을 위해 쐈다”

입력 2011-06-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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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유한준. 스포츠동아DB

딸 생일 6월1일에 맞춰 등번호 61번 바꿔

중심타자로서 무홈런 부담감도 훌훌 털어

“5안타 치면 뭐해요. 홈런이 하나도 없는데….”

1일 사직 롯데전을 앞둔 유한준은 전날 경기 5안타 활약에 대해 얘기하자 “중심타자로서 장타가 부족하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마침 그 날은 첫 딸 하진의 첫 돌이었다. 그는 “야구생각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하다가도, 딸의 얼굴만 떠올리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올시즌부터 등번호도 61번으로 바꿨다. 남들은 61번을 보며 박찬호(오릭스)를 연상하지만, 유한준은 이 세상 가장 소중한 사람이 태어난 날(6월1일)을 떠올린다.

“결혼하기 전에는 집에 가도 매일 야구생각 뿐이었어요. 잘 되는 날이야 좋지만, 안 되는 날에는 누워서 잠도 못 잤으니까요….” ‘내가 왜 그 좋은 공을 안쳤을까. 왜 그 나쁜 공에 손을 댔을까.’ 회한들이 그의 밤을 채웠다. 끝없는 침잠은 다음 날의 부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컴퓨터를 재부팅 하듯, 완전히 새로운 하루를 꿈꿨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하루를 리셋(Reset)할 수 있게 된 첫 번째 계기는 결혼(2007년)이었다. “결혼하고 야구 못하면 와이프에게도 짐이 되는 거잖아요. 와이프 생각을 해서라도 이를 물었지요.” 그리고 두 번째 계기는 2010년 6월1일 하진이의 탄생. “홈경기 때는 경기 끝나고 집에 가잖아요. 하진이가 웃는 모습을 보면 그 날 하루 받았던 스트레스가 싸악 날아가는 것 같아요. 야구생각은 잠시 잊게 돼요.” 딸은 ‘청량제’이자 ‘내일의 새로운 태양’이었던 셈이다. 덕분에 유한준은 올시즌 3할 언저리의 타율을 유지하며,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팀내 타격 선두를 지키고 있다.

마침내 기다리던 마수걸이 홈런도 터졌다. 24일 대구 삼성전. 3번 우익수로 선발출장한 유한준은 0-0으로 맞선 3회초 무사만루에서 삼성 선발 카도쿠라의 130km짜리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측 외야석 상단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만루홈런(120m)으로 연결시켰다. 2007년과 2010년에 이어 개인통산 3번째 만루포였다. 유한준의 결승아치는 딸의 생일로 등번호를 바꾼 뒤 터진 첫 홈런이기도 했다.

대구 |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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