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돈만 100억, 내 계약금 내놔!

입력 2011-09-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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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회사 P, 대기업 포장해 선수들 현혹
“몸값 3배 준다더니”…단 한푼도 못받아
소송해도 P사 실체 없어 피해 보상 의문
이 회사를 고발합니다!…계약금 못받은 선수들 줄소송 준비

올 초 국내 골프계에선 한바탕 계약바람이 불었다. 대기업의 지주회사를 자처한 P사는 여자 프로골퍼들에게 기존 몸값의 2∼3배를 주겠다며 선수들을 마구잡이로 영입했다.

P사는 3월 공식 창단식까지 하면서 성대하게 출발하는 듯 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선수들에게 단 한 푼의 계약금도 지급하지 않아 법정 싸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당시 P사는 신인급에게 1억 원 내외, 1∼2승 이상 기록한 선수들은 3∼5억 원, 우승은 없지만 투어에서 이름을 알린 선수도 2억 원 안팎을 준다며 계약했다. A선수에게는 최대 수십억 원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골프단 창단 이후 지금까지 이 회사로부터 계약금을 받은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A선수의 부모는 “억울하다. P사 때문에 입은 손해가 어마어마하다. 정신적인 충격까지 더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면서 “회사 관계자와 통화하면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뿐이다. 최소한의 계약금이라도 받았다면 기다릴 수 있겠지만 현재의 상태에서는 속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피해는 이미 예정돼 있었다. P사와 계약 한 뒤, 약속한 날짜에 계약금을 받지 못해 계약을 해지했던 B선수의 아버지는 “회사의 실체가 불분명해 확인을 해봤더니 빈껍데기나 다름없었다. 계약금을 많이 준다는 말에 현혹돼 덜컥 계약했다가 속은 것이다.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부모들도 문제지만 유령회사를 마치 대기업인 것처럼 포장해 선수들을 현혹시킨 회사에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계에 다다른 선수와 부모들은 이번 주 중 P사와 최종 담판을 지은 뒤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소송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회사의 실체가 없다보니 어디에서 피해보상을 받아야 할지도 막막하다.

선수들이 받지 못한 계약금을 모두 합하면 최대 100억 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만약 이대로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국내 골프 사상 최대의 사기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 LPGA 투어에서 뛰는 오지영(23)도 계약금을 받지 못해 결국 소송을 준비 중이다. 오지영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PPW는 “2010년 5월 CT&T와 매년 2억원 상당의 계약금 및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후원 계약을 맺었지만 지금까지 계약금 지급을 미뤄오고 있다”고 밝혔다. 골프카트 및 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CT&T는 작년부터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오지영의 아버지 오현근씨는 “계약 당시 의류에 부착하는 로고를 지급 받은 뒤 한번도 의류패치를 지급 받은 적이 없다. 매번 우리가 직접 만들어 부착하고 있으며 골프백 또한 우리가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CT&T라는 회사를 믿고 계약을 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지영측은 소속 에이전시를 통해 CT&T에 내용증명을 전달하고 소송을 준비 중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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