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희망이다] 심영성 “잃어버린 19개월, 얼마나 골 고팠던지…”

입력 2012-01-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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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수술로 이어진 불의의 교통사고. 고인이 된 어머니. 쓰라린 2010년을 보내고, 2011시즌 부활 조짐을 보였던 제주 심영성은 2012시즌 그라운드에 나선다. 스포츠동아DB

제주 공격수 심영성
그가 일어서야 하는 이유

교통사고 중상…세상 등진 어머니
그러나 시련 딛고 기적처럼 복귀
가족들 앞에서 보은의 골 새각오
절친 신영록에게도 희망포 선물

스포츠동아는 <축구가 희망이다>는 주제로 K리그 감독, 선수들의 신년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제주 유나이티드 스트라이커 심영성(25)만큼 기획 의도와 꼭 들어맞는 선수가 있을까. 심영성은 2010년 1월, 교통사고로 오른쪽 무릎이 파열됐다. 당시 뼈가 100조각이 났다. 의사가 선수 복귀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수술대에 5번이나 올랐다. 그해 8월 또 한 번 시련이 닥쳤다. 폐암으로 고생하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목발을 짚은 채 어머니 임종을 지켜봤다. 반 년 사이 두 차례나 큰 시련이 왔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심영성은 이를 악물고 치료와 훈련을 병행한 끝에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작년 6월29일 수원과 홈경기에서 교체 출전해 1년7개월 만에 공식 복귀전을 가졌다. 2012년 부활을 목표로 제주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심영성과 전화통화를 했다.


- 최근 팬 사인회에 다녀왔다고 하던데. 팬들이 많이 격려해주시나.

“오랫동안 기다렸으니까 올해는 꼭 좋은 모습 보여 달라고 많이 말씀하신다. 격려보다 약간 부담을 주신다.(웃음)”


- 요즘 어떻게 훈련하고 있나.

“몸은 좋다. 그런데 겨울이라 다쳤던 부위가 뭐랄까 조금 뻑뻑하다. 스피드와 체력도 예전만 못하고. 날이 따뜻해지면 더 나아질 것 같다.”


- 작년 6월29일 수원과 경기에서 1군 복귀전을 치렀을 때 느낌은.

“잊을 수가 없다. 뭐랄까 마치 프로 데뷔전을 치르는 것 같았다. 매일 경기장 밖에서만 있으니 팬들의 함성이 많이 그리웠었다.”


- 작년에 잠깐 미드필더 포지션을 보기도 했는데.

“지금 미드필더들이 보강이 돼 원래 제 포지션인 섀도나 최전방을 볼 것 같다. 감독님께서 어느 포지션이 편하냐고 물어보셔서 공격수가 편하다고 말씀드렸다.”


- 올 시즌 목표는. 몇 골이나 넣고 싶나.

“특별히 그런 생각 없다. 일단 주전경쟁부터 이겨내야 한다. 부상 없이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게 우선이다.”


- 그래도 공격수니까 복귀 골에 대한 욕심이 있을 것 같은데.

“물론이다. 일단 복귀 골은 원정이 아닌 홈 경기장에서 넣고 싶다.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꼭 득점하고 싶다.”


- 가족들이 많은 응원을 보내주나.

“홈경기는 거의 다 오신다.(심영성은 제주가 고향이다. 가족들도 모두 제주에 있다.) 저는 숙소 생활을 하는데 가끔 집에 가면 모든 일정이 제 중심으로 돌아간다. 제가 일어나야 다들 식사도 하시고….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 복귀 후 어머님 산소를 찾아갔을 것 같은데.

“화장을 해서 납골당에 계신다. 어머님이 암으로 투병 중에 제가 다쳤다. 그 뒤로 어머니가 사람을 못 알아보시는 등 병세가 더 악화됐다. 어머님이 기억하는 아들의 마지막 모습은 부상당해서 힘들어 할 때다. 그게 가장 마음이 아프다. 아들이 이렇게 잘 복귀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쉬시라고 말씀드렸다.”


- 신영록과 평소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 트위터에 신영록을 위한 골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꼭 해보고 싶다. 내 유니폼 속에 영록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겠다. 근데 골을 언제 넣을지 모르는 데 이렇게 되면 매 경기 영록이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 건가?(웃음)”


- 신영록과 함께 뛰는 날이 언제쯤 올까.

“영록이가 제주에 올 때는 제가 재활 중이고 제가 복귀한 뒤에는 영록이가 병원에 있어 한 번도 같이 뛰어보지 못했다. 저에게는 영록이와 함께 뛰었던 2007년 캐나다 U-20월드컵이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잊을 수가 없다. 그 때 기억을 되살려 꼭 함께 뛰고 싶다.”


- 마지막으로 신영록에게 격려 메시지를 남긴다면.

“영록아. 잘 지내고 있지? 나도 경험해 봤지만 재활은 정말 힘들다. 하지만 힘든 것을 계속 힘들다고 마음먹으면 안 돼.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으니 몸도 정말 조금씩 좋아지더라. 내가 그랬던 것처럼 늘 좋은 생각 하고 참고 견디면 분명 좋은 일 있을 거야. 얼른 돌아와서 같이 뛰고 골도 넣자.”

● 심영성은?


▲ 생년월일 : 1987년 1월15일생

▲ 신장/체중 : 178cm/73kg

▲ 학력 : 제주중-제주제일고

▲ 프로경력 : 성남(04∼07) 제주(07∼) 통산 105경기 14골6도움

▲ 대표경력 : U-20월드컵 대표(05∼07)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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