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의 자존심 “나를 밟고 2루로 오라”

입력 2012-0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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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스포츠동아DB

“1루수도 병행? 팀이 원한다면…
그러나 후배에 밀려나는 꼴은 싫다”

롯데 연봉 협상을 두고 “조성환만 안됐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롯데는 상대적으로 베테랑급 선수들 연봉을 신경써주는 편이다. 젊은 선수들 연봉 주는 것에 비해 그런 편이라는 의미다. 롯데 연봉 협상 갈등이 주로 청장년층에서 나타나는 것도 그래서다. ‘가늘고 긴 구조’가 빚어내는 속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롯데의 ‘영원한 캡틴’ 조성환(36·사진)은 생애 마지막의 대박 기회였을 FA 계약에서 2년 총액 7억 5000만원에 사인했다. 이 중 1억은 옵션이다. 롯데는 이대호, 손민한 등이 팀을 떠나 팀 페이롤에 여유가 생긴 것을 감안하면 더 박탈감을 느낄 만하다.

그러나 정작 조성환은 “협상을 더 끌 수도 있었겠지만 작년 성적(타율 0.243, 6홈런 36타점)을 생각하니 내가 세게 말을 못 하겠더라. 롯데 이외의 팀에서 뛴다는 생각도 갖기 어려웠다”고 했다. 사람 좋아 꼴찌의 대표적 사례다.

이런 조성환이 2012시즌에 또 하나의 희생을 더해야 할지 모른다. 1루 병행이다. 아직 양승호 감독에게서 직접 통보는 못 받았지만 언론을 통해 의중은 전해 듣고 있다. 1루를 맡는다면 대학 때 잠깐 했던 이후 처음이다.

조성환은 “팀이 원하면 선수는 한다”고 짧게 말했다. 그러나 전제조건을 하나 달았다. “나는 2루수다. 2루를 잘하는데 팀에서 1루를 필요로 해 가는 것이면 할 수 있다. 그러나 2루를 후배들에게 내주기 위해 1루로 밀려나는 식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

누가 뭐라 하기 전에 조성환은 스스로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가뜩이나 양 감독은 사이판∼가고시마 캠프 메인테마를 백업 강화로 삼고 있다. 손용석 정훈 양종민 신본기 등이 어느 사이 조성환의 잠재적 경쟁자로 떠올랐다.

사실상 평생 롯데맨을 선언한 조성환, ‘롯데 2루수’로 기억되는 것이 현역 인생의 목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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