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토크] 오장은 “올핸 붙박이 포지션 좀…” 윤성효 감독 “넌, 무조건 멀티야!”

입력 2012-02-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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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오장은과 윤성효 감독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도중 스포츠동아 사제토크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수원 윤성효 감독 & 오장은
수원 삼성 윤성효(50)감독과 ‘키 플레이어’ 오장은(27)의 인연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당시 각각 수원 2군 감독과 조천중학교 졸업반이었던 둘은 첫 만남을 가졌고, 이후 강산이 한 번 바뀌었을 작년부터 본격적인 호흡을 맞췄다. 수원의 2차 동계훈련이 진행 중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함께 자리한 스승과 제자는 상대를 칭찬하는데 여념이 없다. 40분간의 대화록을 공개한다.


○난 네게 반했어?

윤성효(이하 윤) : 네가 중학교 3학년 때였지? 일본 진출을 노리면서 수원 2군에서 잠시 훈련했잖아.

오장은(이하 오) : 당연히 기억하죠. FC도쿄에 진출하기에 앞서 두어 달 함께 훈련했잖아요.

윤 : 네가 계속 프로에 있었으면 당장 뽑았을 텐데. 사실 그 때는 어린 선수를 영입한다는 게 생각처럼 쉽진 않았지. 대학교 때도 네가 올 입장이 아니었으니, 많이 아쉬웠어.

오 : 감독님, 기억하세요? 함께 잠시 훈련할 때 연습경기가 끝나고 감독님이 절 따로 부르셨어요. 드리블 연습 시키셨잖아요. 자세도 가르쳐 주셨고. 그 좋은 기억을 아직 간직하고 있죠. 2010시즌 이후 울산에서 FA(자유계약)로 풀리고 연락드린 것도 그 때문이죠.

윤 : 강렬한 기억이 있으니 영입 방침도 쉽게 결정했잖아. 한결같은 네 모습이 참 좋았단다.


○멀티 vs 공격


윤 : 넌 체격은 작아도 탄력이 좋고, 공중볼 경합에서 뒤지지 않잖아. 어떤 위치에 두더라도 제 몫을 하는 모습, 지도자 입장에선 너와 같은 선수들이 필요해. 선택 폭을 넓히잖아. 물론 뭘 맡겨도 척척 해주고. 작전 구상할 때, 전략 짤 때 참 편해.

오 : 칭찬 맞죠?(웃음) 사실 여러 포지션을 오가다보면 경기를 앞두고 이미지트레이닝 할 때 많이 혼란스러워요. 하긴 돌려 생각하면 감독님이 절 믿는다는 의미니까.

윤 : 우린 많이 닮았지. 현역 때 난 한 경기를 하면서 무려 4번이나 포지션이 바뀌는 경험을 했어. 물론 힘들었지. 하지만 선수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그렇게 안 해. 본래 포지션 맡기는 것도 불안한데. 그런 면에서 넌 참 예쁜 친구야.

오 : 벤치가 신뢰하는 것만큼 선수가 행복할 수 있나요? 그래도 이왕이면 고정 포지션 부여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윤 : 그래, 네가 뭘 원하는 거냐. 괜찮다니까.

오 : 음, 절 공격적으로 나가게 해주세요. 잘할 수 있다니까요.


○우리는 닮은 꼴?


윤 : 참고하마.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은 정말 쉽지 않은 장점이야. 우리 코치들도 널 인정한다. 궂은 일도 많이 해주고. 축구를 잘하는 것보다 꾸준히 성실히 해주는 게 중요해.

오 : 어릴 적, 볼이 있는 곳에 늘 감독님이 계셨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제가 감독님 스타일을 따라가는 듯 한데요.

윤 : 아냐. 나보다 네가 훨씬 잘해. 걱정 붙들어 매라. 뭐, 하고픈 말 또 없어?

오 : 저희 칭찬 좀 해주세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는데. 감독님은 칭찬에 조금 인색하시잖아요.

윤 : 하긴 내가 표현을 잘 못하지. 그래도 난 의리가 있잖아. 안 그래? 사실 칭찬에 인색한 건 당연히 수원 선수라면 어느 정도는 잘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야. 능히 해줘야 한다는 생각? 하긴, 이제 칭찬 좀 해줄게. 야단만 치면 재미없잖아.


○우리의 수원

오 : 저희 분위기 참 좋아요. 작년 세 마리 토끼몰이를 모조리 실패했으니 이를 악물었어요. 동료들 눈빛이 달라요.

윤 : 나도 많이 기대가 되는데. 작년만 해도 동계훈련부터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잖아. 선수들 이동도 많았고, 대표 차출에 용병 수급 실패까지 겹쳐서 상당히 힘들었지. 믿음도 서로 없었고. 올해는 정 반대야. 뭔가 이뤄지는 느낌이 들어.

오 : 정말 동계훈련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감각이나 보완점까지 두루 확인되니까요.

윤 : 어수선했지. 우왕좌왕. 장은이와 같은 선수가 몇 명 더 있으면 좋을 텐데.

오 : 전 전북 콧대를 꼭 꺾고 싶어요. 얼마 전, 전북의 한 선배가 인터뷰한 걸 봤는데, 투지가 불타올랐죠.

윤 : 나도 그래. 제대로 부딪혀야지. 넘지 못할 산은 없어. 아쉽지만 올 시즌 우린 FA컵과 리그에만 전념할 수 있잖아. 챔피언에 오를 때가 된 것 같구나. 잘해줘!

오키나와(일본)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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