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tter Interview]최동수 “야구 안했다면? 밴드 기타리스트 됐을 것”

입력 2012-06-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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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오르려고 무던히 노력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현역 최고참 LG 최동수. 그는 성실과 근성의 대명사로 후배들에게는 존경을, 팬들에게는 사랑을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기타 잘 치는 사람, 아직도 내게 영웅같은 존재
포수 입단했지만 포수는 언제나 불완전한 자리
41세 최고참…노력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


LG 김기태 감독은 자신과 두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현역 최고참’ 최동수(41)를 ‘왕고’라 부르며 예우한다. “정말 대단하다. 존경스럽기까지 할 정도”라고 칭찬하며 “항상 성실한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돼 감독으로서 고마울 정도”라고 말한다. 1971년생으로 팀 동료인 투수 류택현, 얼마 전 KIA에 입단한 투수 최향남과 함께 8개 구단 현역 선수 중 최연장자인 최동수는 1994년 LG에 입단해 올해로 19년째 프로에서 뛰고 있다. 입단 초기 짧지 않은 시간을 2군에서 보냈고, 지난해까지 2년 가량 SK에 몸담았다가 LG로 복귀했다. 그는 팬들 사이에서 ‘LG의 정식적 지주’로 불린다. 프로에서 활약한 시간이 긴 만큼, 세월의 무게를 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 세월과 싸우며 여전히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최동수를 트위터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최동수가 직접 뽑은 친필 사인볼(맥스스포츠 협찬)의 주인공은 @eandp_d3, @Travelogs, @heartierH이다.


-재작년보다 작년이, 작년보다 올해가 더 좋아지고 젊어지시는 것 같은데, 역주행에는 대체 어떤 비결이 있는 건가요?(@eandp_d3)

“내가 야구를 하면서 계속 진행형으로 가기 위해선 정신적 측면이나 육체적 측면에서 반드시 준비가 돼야 하기 때문에, 그 준비 차원에서 열심히 땀 흘리고 노력하고 있을 뿐입니다.”


-LG 우승시켜 놓고 장가가시겠다고 했는데, 왜 약속 안 지키셨는지 궁금합니다.(@meetiseol)

“하하. 지금도 늦어가지고, 우리 아들(태혁·16개월) 건사하려면 환갑 지나서도 돈 벌어야 합니다. (생각하기도 싫다는 표정으로) 만약 지금도 노총각이라면….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하하.”


-이숭용 해설위원이 최동수 선수를 보고 부럽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 최동수 선수가 부러워하는 한 분을 꼽자면, 그 이유는?(@lovely_una_ 등)

“제이미 모이어요. 그 나이까지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고, 그렇게까지 하기 위해 얼마나 몸 관리에 철저했을지 대략은 알 것 같거든요. 모이어는 아직도 젊은 사람 못지않잖아요. 그 나이까지도 모든 게 뒤지지 않고 준비된 모습을 보인다는 자체가 중요하죠.”


-다시 돌아온 LG는 예전 LG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세요?(@Y2_at_ilsan)

“아직까지는 강한 팀이 되기 위한 진행형에 있는 팀이에요. 완전하지는 않지만 점점 더 강해지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긍정적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하고요.”


-평소 SK 이호준 선수와 두 분이 닮았다고 생각하세요? 닮아서 생겼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호준 선수보다 미남이라고 생각하세요? (@Dfpro00 등 다수)

“전 안 닮았다고 생각하는데…. 호준이나 나나 에피소드는 많아요. 저보고 ‘이호준 선수, 사인해주세요’하는 팬들도 많고. 지난해 시범경기 때는 삼성 류중일 감독님께서 호준이에게 ‘동수야, 포수하기 힘들지?’라고 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나중에 제가 류 감독님께 ‘저 이호준입니다’라고 장난을 건 적도 있고요. 제가 미남은 아니지만, 그래도 호준이보다는 낫죠. 훨씬은 아니고, 조금요, 하하.”


-가끔 중계를 보면 경기 중에 후배들을 덕아웃 앞에 모아놓고 말씀하시던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hae128)

“예를 들어 지쳐있거나 지고 있을 때 왜 우리가 지고 있느냐를 얘기해줘야 하고, 이길 수 있다는 신념도 전달해주고 싶어서 그런 내용을 주로 얘기해요. 게임을 하다 보면 어떤 상황을 잊을 때가 있으니까요. 매번은 아니고 제법 효과가 있는 것 같아 선배로서 뿌듯할 때가 있죠.”


-프로에 포수로 입단하셨는데, 최동수에게 포수란? 시즌 후반 쯤 4강행이 결정됐을 때 류택현 선수와 이벤트로 배터리를 이뤄보시는 건 어떨까요?(@Travelogs)

“택현이와 배터리라, 좋은 방법 중 하나겠네요. 제게 포수란 위치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자리에요. 한번도 완전해지지 않았던 자리죠.”


-김기태 감독이나 유지현 코치 등 코칭스태프와 나이차가 많지 않은데 불편한 점은 없나요? 유 코치와는 동갑이신데 호칭은 어떻게 하시나요?(@akamk_)

“불편한 점은 전혀 없어요. 의사소통이 잘 되니까, 더 심리적으로 편하죠. 유 코치와는 서로 존칭을 쓰고 있습니다. 뒤에서는 아니지만….”


-야구선수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하신 건 언제인가요, 만약에 다른 직업을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시다면?(@im_kej)

“야구선수가 되길 잘 했다고 생각해본 적은 솔직히 없어요. 다만 야구선수로서 내 모든 걸 걸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죠. 어려웠던 시절, 오기도 있었고, 너무 고생을 많이 하다 보니, 야구선수로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다른 직업이라, 글쎄요. 넥타이부대는 안 됐을 것 같고. 만약 야구를 안 했다면 음악을 했을 것 같아요. 밴드, 헝그리한 밴드에서 기타를 치고 있지 않을까요. 기타 잘 치는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제게 영웅 같은 존재들이에요.”


-현역 최고참으로서 느끼는 소감과 본인에게 바람직한 은퇴 시기는 언제로 생각하고 계신지 말씀해주세요.(@ChelcyCHOI 등)

“(이)종범이 형이 떠나고 내가 최고참이 됐다는 사실에 아쉬움도, 안타까움도 느꼈죠. 그러면서 내가 더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겼고. 은퇴 시기라, 내게 내 모습이 안 보인다고 생각할 때는 깨끗하게 은퇴하려고 합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LG의 왕고가 꼽는, ‘다른 팀에는 없는 LG만의 장점’이 있다면? LG 팬들에게 최동수 선수는 근성의 아이콘인데, 어떤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으신지.(@heartierH)

“우리 팀은 장점이 많아요. 그 중에서도 제일은 가족애죠. 성적이 잘 안 나다 보니 모래알이란 말이 나오지만 우리 선수들은 언제나 애들끼리 잘 뭉치고, 항상 가족 같은 분위기에요. 고참 선수로서 이런 분위기를 더 크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중이고요. 어떤 존재로 비춰지고 싶냐, 글쎄요. 전 팬들이 ‘아, 저 선수는 오르지 못할 수도 있지만, 거기에 오르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던 선수’라고 기억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시다시피 전 골든글러브도, MVP 같은 큰 상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잖아요.”


30년 뒤 그리는 나의 모습은?

“30년 후면 (한국 나이로) 일흔 둘인데, 아 너무 멀다. 그 때 뭐 하고 있으려나. 나도 잘 모르겠지만 김성근 감독님처럼 어린 후배들을 위해 힘을 보탤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동수가 트위터 인터뷰를 마친 뒤 팬들에게 전달할 사인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도헌 기자




LG 최동수?

▲생년월일=1971년 9월 11일
▲출신교=봉천초∼강남중∼광영고∼중앙대
▲키·몸무게=186cm·98kg(우투우타)
▲프로 경력=1994년 신인드래프트 LG 2차 지명·입단∼2010년 7월 SK∼201년 11월 LG
▲통산성적(2011년까지)=1197경기 3078타수 824안타(타율 0.268) 89홈런 465타점
▲2012년 성적(10일 현재)=39경기 109타수 34안타(타율 0.312) 1홈런 22타점
▲2012년 연봉=1억5000만원


정리|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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