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W 부진에 파격전술…수원전 대승 등 효과

유로2012의 화두는 스페인의 ‘제로(0)톱’ 공격 전술이었다. 사실 특정 공격수를 투입하는 대신 미드필더가 중심이 돼 전방위적인 공격으로 상대 골문을 열어젖힌다는 계획은 매우 이상적이다.

K리그 포항도 최근 ‘제로톱’을 선언했다. 물론 스페인과는 좀 다른 이유에서 이를 접목시킬 수밖에 없었다. 걸출한 득점력을 지닌 미드필더 카드가 많은 스페인과 달리 포항은 전멸에 가까웠던 공격진으로 인해 공격수를 투입하지 않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K리그 18라운드까지 포항 공격진은 지독한 골 기근에 시달렸다. 지쿠가 6골, 아사모아가 4골을 넣었을 뿐 나머지는 거의 침묵했다. 조찬호가 2골, 고무열-노병준이 한 골씩 기록한 게 전부. 포워드로 등록된 멤버들만 무려 9명인데, 빈곤한 득점력은 스트라이커 출신 황선홍 감독을 더욱 답답하게 했다. 포항 관계자도 “작년처럼 미드필더들이 필요할 때 골을 넣어주면 공격수들이 덜 득점해도 괜찮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1일 수원과 대결은 전혀 달랐다. 5-0 쾌승도, 2004년 12월 이후 수원전 홈 11경기 무패(6승5무)라는 결실도 달콤했지만 전 포지션이 완전히 살아났다는 사실이 더욱 의미가 컸다. 제로톱의 효과를 찾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1골 1도움씩 기록한 황진성-신진호 미드필더 콤비에, 수비수 김대호까지 골 세례에 가세했다. 또 다른 특급 미드필더 이명주는 시즌 3호 도움(1골)을 올렸다.

황 감독은 “아직 전술이 완성된 건 아니다. 공격 템포는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휴식기 때부터 집중적으로 준비한 효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악조건을 최선으로 바꾼 포항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