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태균. 스포츠동아DB
한화 김태균(31)은 톱클래스의 타자다. 국제대회에 함께 갔던 후배들은 “이승엽(삼성), 김태균 같은 선배들이 타격하는 모습만 봐도 배울 게 많다”고 입을 모은다. 같은 팀에 몸 담고 있는 최진행(28)도 그 수혜자 중 한 명이다. 게다가 매일 함께 훈련하며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서로의 장단점에 대해 잘 안다.
그러나 김태균은 4월 한 달간 타율이 2할 언저리에 그쳤던 최진행에게 어떠한 조언도 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그는 30일 대전 롯데전에 앞서 “내가 아니더라도 주위에서 얼마나 많이 얘기하겠나. 안 좋을 때는 무슨 말을 해도 잔소리가 된다. 힘들 때는 오히려 말을 아끼는 게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이유도 있다. 최진행이 스스로 고민하고 문제점을 깨달아야 더 빨리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선수 스스로 문제가 뭔지 자꾸 생각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줄 알아야 같은 상황이 반복됐을 때 좀더 빨리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만약 조언을 듣고 좋아지면 다시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빠져나오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균도 타격감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경기상황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윙연습을 한다. 최진행이 지금보다 더 나은 타자가 되기 위해선 이처럼 야구에 매달려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믿음은 있다. 그는 “(최)진행이는 내년, 내후년에 더 좋아질 것”이라며 “안 그래도 ‘5월부터는 타격감이 살아나니 걱정 말라’고 하던데, 다른 선수들이 다 지친 후에 혼자 살아나서 타점을 다 쓸어 담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는 농담으로 후배의 선전을 응원했다.
대전|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