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입체 분석 ‘홍명보호 48시간의 변화’] ‘생존 본능’ 180도 달라졌다

입력 2013-07-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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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가 20일 호주와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응집력과 투지, 조직적인 팀플레이를 선보이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중앙수비수 홍정호(왼쪽)가 상대 맥고원에 앞서 공중볼을 따내고 있다. 상암|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유럽파 와도 살아남겠다” 90분 내내 투지
뻥 축구 대신 강한 압박·빠른 템포로 주도
선수들 협력 플레이 ‘한국형 축구’ 부활도


홍명보호가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축구대표팀은 20일 호주와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롱 패스를 남발하던 기존의 뻥 축구는 사라졌다. 강한 압박에 이은 짧고 간결한 패스로 경기를 지배했다. 무엇보다 눈에 띈 건 최근 A매치에서 보기 힘들었던 선수들의 투지와 끈끈한 응집력이었다.


● 눈빛, 자세 달라졌다 호주전만 보고 홍명보호의 완성도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무엇보다 호주 역시 100% 컨디션은 아니었다. 호주대표팀 홀거 오지크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시즌 도중이라 체력이 아주 좋았고, 호주 선수들은 몇 달이나 경기를 치르지 못했기에 힘들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런 면들을 차치하고 홍명보호는 호주전을 통해 기대감을 심어줬다.

대표팀은 호주전을 사흘 앞둔 17일 소집됐다. 7명의 J리거들은 18일에 합류했다. 발을 맞출 시간이 절대 부족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자신의 P라이선스(지도자 교육 과정중 최고 등급) 논문인 ‘48시간 안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언급하며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대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짧은 시간 대표팀은 180도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선수들의 생존본능과 경기에 임하는 자세, 눈빛을 언급했다. 정해성 경기위원장은 “경기하는 모습과 응집력, 분위기가 바뀐 게 큰 소득이다. 특히 선수들에게 ‘유럽파가 들어왔을 때도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고, 이것이 움직임이나 집중력으로 나타났다”고 평했다. 신태용 전 성남 감독도 “지금 모인 선수들 머릿속에는 분명 유럽파의 존재가 각인돼 있다. 내가 여기서 제대로 기량을 못 보이면 두 번 다시 대표팀 차출은 없을 거라는 절박함이 선수들에게 보였다. 더운 날씨에도 선수들이 120%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다”고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런 평가는 큰 의미를 지닌다. 홍 감독이 동아시안컵을 통해 얻고자하는 것이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홍 감독은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대표팀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국내파의 분전이다”고 했다. 국내 선수들이 잘 해줘야 유럽에 나가 있는 선수들도 자극을 받고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는 뜻이다.


● 팀플레이 살아났다
홍 감독은 경기 후 “수비적인 압박은 완벽했다”고 칭찬했다. 강한 압박과 활발한 움직임이 팀플레이로 이어졌다. 신 전 감독은 “한 선수가 볼을 받았을 때 볼 근처의 1∼2명이 아닌 여러 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장면이 많았다. 이런 경우 볼을 받은 선수는 여러 옵션을 가지게 된다. 패스를 주는 선수도 편하고 받는 선수도 편하고 이런 축구를 보는 팬들도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강한 압박과 빠른 템포를 주무기로 하는 홍 감독의 ‘한국형 축구’를 엿볼 수 있었다.


● 결정력 큰 문제 안 돼 옥에 티는 골 결정력이었다. 21차례 슛을 날리고도 호주 골문을 못 열었다. 공격진 선발로 나선 윤일록(서울)과 김동섭(성남)은 A매치 데뷔전이었고, 이승기(전북)와 고요한(서울)도 A매치 경험이 많지 않다. 골잡이 출신 지도자들은 “문전에서 골을 넣으려면 득점에 대한 강한 욕심과 집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결과에 대해 홍 감독은 국내파 위주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 특성상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많은 찬스에도 골을 못 넣은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개선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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