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은 건재했다. 김연아(위 사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 없는 연기로 변함없는 기량을 뽐낸 반면 당초 경쟁자로 꼽혔던 러시아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아래 왼쪽 사 진)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나란히 점프 착지 과정에서 넘어져 각각 5위와 16위에 그쳤다. 사진=GettyImage/멀티비츠
리프니츠카야·아사다 쇼트서 점프 실수
김연아(24·올댓스포츠)는 역시 ‘피겨 여왕’다운 강심장의 소유자였다.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주목을 받아온 김연아는 20일(한국시간)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총점 74.92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경기 전 긴장된 표정을 엿보였지만, 막상 연기에 돌입하자 180도 달라졌다.
그러나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쇼트프로그램이 최악이었다. 경기가 아니라 경기 직전에 점프를 제대로 뛴 것이 없다. 몸에 점프 감각이 하나도 없었다. 맨 몸으로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다. 최악의 상황에서 경기를 했다”고 밝혔다. 최고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고도 스스로는 아쉬움이 남는 듯한 표정이었다.
반면 김연아의 경쟁자로 꼽혔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와 아사다 마오(24·일본)는 나란히 실수를 범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리프니츠카야는 단체전에서 출중한 기량을 과시한 덕에 많은 기대를 샀지만, 3번째 점프인 트리플 플립 이후 착지 과정에서 중심이 흔들려 넘어지고 말았다. 65.23점을 받은 리프니츠카야는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에 가서는 다리의 감각을 못 느낄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아사다는 이번에도 트리플악셀을 성공하지 못한 채 55.51점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일본 언론마저 ‘최악’이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로 기대이하의 경기력이었다. 아사다는 “나 자신도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소치|홍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