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AP/뉴시스] 배우 염혜란이 29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No Other Choice) 포토콜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8.30.

[베네치아=AP/뉴시스] 배우 염혜란이 29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No Other Choice) 포토콜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8.30.


[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1번 주연’ 염혜란의 시대가 온다.

그간 대중에게 염혜란은 ‘주연보다 돋보이는 조연’이자, 작품의 완성도를 책임지는 가장 신뢰할 만한 ‘치트키’였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와 ‘마스크걸’에서 보여준 소름 돋는 연기 변신부터, ‘폭싹 속았수다’와 ‘어쩔수가없다’에서 뿜어낼 압도적인 존재감까지. 그는 늘 극의 중심을 장악하는 에너지를 발산해 왔다. 이제 염혜란은 ‘조력자’의 자리를 넘어, 당당히 크레딧의 첫 번째 줄에 이름을 올리는 ‘1번 주연’으로서 자신의 진가를 입증할 준비를 마쳤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소년들’, ‘남영동 1985’, ‘부러진 화살’ 등을 연출한 거장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내 이름은’이다. 제주 4·3 사건이라는 우리 현대사의 깊은 아픔을 다룬 이 영화에서 염혜란은 이름 뒤에 숨겨진 50년 전의 진실을 지키려는 어머니 정순 역을 맡았다. 그는 작품의 서사를 오롯이 이끌어가는 주역으로서 압도적인 열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지영 감독 역시 염혜란을 향해 “어떤 역할이든 완벽히 소화하는 탁월한 연기자”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사진제공|와이드 릴리즈·엔케이컨텐츠

사진제공|와이드 릴리즈·엔케이컨텐츠

특히 ‘내 이름은’은 개봉 전부터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국내외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포럼 섹션은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색채를 지닌 작품을 소개하는 부문으로, 2024년에는 영화 ‘파묘’가 초청된 바 있다.

염혜란의 행보는 시대의 아픔을 그리는 무거운 서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오는 3월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를 통해 정열적인 댄스 스텝을 밟으며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인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24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 쓰며 ‘갓생’을 자처하는 완벽주의 구청 과장 ‘국희’로 분한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의 불협화음 속에서 우연히 접한 플라멩코를 통해 해방감을 맛보는 인물이다. 염혜란은 관료주의에 젖어 있던 인물이 강렬한 리듬에 매료되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내기 위해, 촬영 전부터 혹독한 댄스 트레이닝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은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