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의 믿음에 부응해야하는 ‘베테랑’ 박주영

입력 2014-0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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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스포츠동아DB

박주영(29·왓포드)에게 주어진 기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박주영은 다음달 6일(한국시간) 열리는 대표팀의 그리스 평가전에 이름을 올렸다. 2013년 2월 크로아티아와 원정 평가전 이후 무려 1년1개월여 만이다. 홍명보호에는 처음 승선한다. 브라질월드컵 출전의 마지막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자신의 원칙을 기꺼이 어기면서도 박주영을 발탁했다. 둘의 인연은 각별하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런던올림픽에서 호흡을 맞췄다. 홍 감독은 대표팀 부동의 공격수 박주영을 뽑지 않을 수 없었다. 축구지능과 실력, 움직임은 원 톱 공격수로 손색이 없었고, 홍 감독이 원하는 축구 색깔과 정확히 부합했다.

이내 시련이 다가왔다. 박주영이 2011년 여름 잉글랜드 프로축구 아스널로 이적하면서 발단이 됐다. 박주영은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대표팀에서도 차츰 잊혀졌다. 셀타 비고(스페인)로 임대를 떠난 2012~2013시즌도, 챔피언십(2부)으로 향한 최근 모습도 마찬가지다. 홍 감독은 부임하면서 대표 선발 원칙으로 소속팀에서의 지속적인 출전을 손꼽았다. 벤치만 달군 박주영은 자연스레 태극마크와 멀어졌다. 하지만 그를 쓰자니 원칙에 위배되고, 안 쓰자니 대표팀 경기력에 아쉬운, 계륵과 같은 상황이었다.

홍 감독은 단 1차례 기회도 얻지 못한 박주영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대표팀은 그리스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브라질월드컵 최종명단이 확정되고 출정식 경기까지 더 이상의 시험은 없다. 재능만큼은 탁월한 박주영을 시험조차 해보지 않는 것은 위험부담이 컸다. 만에 하나 박주영이 좋은 경기력을 갖추고도 소속팀 경쟁에서 밀린 것이라면, 그래서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면 그처럼 대표팀에 해가 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박주영은 누구보다 홍심(心)을 잘 안다. 홍 감독의 믿음에 반드시 부응해야 한다. 다른 역할도 있다. 베테랑으로서 경기 안팎에서 분명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홍 감독은 그동안 베테랑의 역할을 수차례 지적했는데, 이는 박주영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 박주영은 2006독일월드컵과 2010남아공월드컵을 뛰면서 경험 면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경험과 관록을 불어넣을 수 있다. 대표팀의 많은 후배들과 좋은 관계를 두루 갖고 있다. 구자철(마인츠), 기성용(선덜랜드), 이청용(볼턴), 김보경(카디프시티) 등이 그렇다. 구자철은 수차례 박주영의 대표 복귀를 바랐다. 이청용도 “주영이형이 대표팀에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젠 동생들의 믿음에 응답해야 한다. 김신욱이 제1의 공격 옵션이란 생각을 갖고 태극마크를 향해 겸허하게 도전해야 한다.

축구인은 물론이고 축구팬 모두 박주영을 바라보고 있다. 높아진 기대감만큼 팀을 위한 헌신의 자세로 대표팀에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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