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4년의 간절한 염원이 ‘홍심’ 움직였다

입력 2014-05-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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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브라질월드컵 축구대표팀에 승선한 이근호(상주·왼쪽)와 곽태휘(알힐랄). 각각 부진과 부상으로 2010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던 둘은 홍명보 감독의 든든한 신뢰 속에 월드컵 무대에 서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스포츠동아DB

■ 이근호·곽태휘 예견된 월드컵대표팀 발탁

2010남아공월드컵 직전 동반 탈락 아픔
강한 열망·실력으로 월드컵 첫출전 영광
곽태휘 작년 10월 A매치 때 사실상 낙점
이근호는 올 1월 브라질 전훈서 눈도장


2010년 6월 1일(현지시간) 오전 7시25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당시 축구대표팀이 전지훈련을 진행한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의 야크트호프 호텔. 밴 한 대가 조용히 입구에 멈춰 섰다. 대략 10여분이 흐른 뒤 호텔 로비에 몇몇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종엔트리 승선에 실패한 4명의 태극전사들이었다.

공격수 이근호(상주 상무)가 일행의 선두에서, 목발을 짚은 중앙수비수 곽태휘(알힐랄)가 마지막으로 밴에 올라탔다. 당시 대표팀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불리며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맹활약을 펼친 이근호는 유럽 진출 실패 등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 곽태휘는 벨라루스 평가전에서 입은 무릎 부상으로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쓸쓸히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영원히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이번에는 브라질월드컵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둘은 당당히 최종엔트리 23인 명단에 올랐다. 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8일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최종엔트리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근호, 곽태휘를 호명했다.

둘의 첫 월드컵 출전이지만 ‘깜짝’ 승선과는 거리가 멀다. 그동안 이근호는 A매치 62경기에서 18골, 곽태휘도 33경기에서 5골을 넣으며 한국축구에 크게 기여해왔다. 어쩌면 둘은 다른 어떤 누구보다도 가장 빨리 홍명보호 승선을 확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홍 감독은 둘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무엇보다 월드컵을 향한 이들의 간절함과 애절함, 강렬한 열망을 높이 샀다.

곽태휘의 브라질행이 사실상 결정된 시점은 지난해 10월이다. 그 무렵 홍명보호는 브라질-말리로 이어진 A매치 2연전을 위해 소집된 상태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전을 마친 뒤 홍 감독은 곽태휘와 면담했다. 불과 몇 개월 새 확연히 달라진 처지 탓에 당시 곽태휘의 표정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책임졌던 전임 대표팀 사령탑 최강희 감독(전북현대)은 곽태휘를 주전으로 중용하며 주장 완장까지 채운 반면, 홍명보 감독은 달랐다. 킥오프 휘슬이 울릴 때 곽태휘의 자리는 대개 벤치였다.

홍 감독은 “네 마음이 어떨지 이해한다. 내가 생각해놓은 라인업이 있었다. 하지만 난 네가 정말 필요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후배들을 다독여주고, 힘을 불어넣길 바란다”며 이해를 구했다. 경상도 사나이답게 무뚝뚝해도 속정은 깊은 곽태휘가 이를 마다할 리 없었다. 홍 감독이 거듭 강조했던 ‘베테랑의 필요성’에 가장 부합되는 이가 곽태휘였다.

이근호는 올해 1월 브라질 이구아수에서 진행된 대표팀 동계강화훈련을 통해 확실히 홍 감독을 사로잡았다. 사력을 다했고, 최선을 다했다. 과거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월드컵 한 골이면 드라마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짧고 굵은 한마디로 강렬한 염원을 전한 그였다.

그리고 통했다. 홍 감독은 “(이)근호의 눈에서도, (곽)태휘의 눈에서도 간절함이 읽혔다. 그런 선수들이 월드컵처럼 큰 무대에서 뭔가 보여줄 수 있는 법이다. 앞으로 꾸준히, 또 부상만 없다면 (최종엔트리에) 안 뽑을 이유가 없다”고 했었다. 그렇게 이근호, 곽태휘의 월드컵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었다.

파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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