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 팀 감독들. 스포츠동아DB
구단의 시선에 따라 위상·역할 천양지차
넥센 김성갑·LG 조계현 ‘감독대행’ 출신
삼성·KIA·롯데는 전문 지도자에게 맡겨
한국프로야구에 공식적으로 2군 팀은 없다. 2008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군 선수들이 미래의 주역으로 성장해달라는 의미로 2군 리그를 퓨처스(Futures)로 이름을 바꿨다. 각 팀들도 2군을 퓨처스 팀으로 부른다.
kt를 제외한 9개 팀에는 퓨처스 팀이 있고 선수들을 지휘하는 감독이 있다. 선수들은 이름 그대로 구단의 미래다. 그러나 퓨처스 감독은 ‘미래의 감독’은 아니다. 1군과 비교하기도 어려운 열악한 환경, 비좁은 버스와 긴 이동, 관광호텔을 떠돌며 그들은 오늘도 그라운드 위 전장에 서있다.
퓨처스 감독은 구단 내의 위상과 역할 및 팀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 따라 천양지차다. 이름 그대로 진정한 미래의 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는 코치계의 슈퍼스타가 있는가하면 1군 감독급의 중량감을 갖고 있는 잠재적인 경쟁자도 있다. 또 1군 감독이 될 가능성이 사실상 전혀 없는 전문 퓨처스 지도자도 있고 1군 감독의 심복이 퓨처스를 맡고 있는 팀도 있다. 직함은 감독으로 수석코치보다 높아 보이지만 차기 1군 감독 후보로 팀 내 서열이 10위권 밖에 있는 경우도 있다.
LG는 양상문 감독을 선임한 후 극심한 혼란기 사실상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어왔던 조계현 수석코치를 퓨처스 감독으로 임명했다. 조계현 수석코치가 LG 퓨처스 감독이 되면서 ‘감독대행’ 출신 퓨처스 감독은 이제 2명이 됐다.
넥센은 2012시즌 김시진 현 롯데 감독을 경질하고 김성갑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2013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김성갑 감독대행은 퓨처스 감독이 됐다. 감독대행은 그 위치가 애매한 자리다. 구단입장에서 최선을 다한 예우가 퓨처스 감독이다.
SK 박경완 퓨처스 감독은 지난시즌 은퇴 후 곧장 감독이 됐다. 미래의 지도자를 키우기 위한 구단의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한화 퓨처스는 빙그레 레전드의 리더 이정훈 감독이 맡고 있다. 삼성과 KIA, 롯데는 선수육성에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전문 지도자들이 퓨처스에 있다. 두산 황병일 퓨처스 감독은 코치계의 빅스타로 꼽힌다.
한 2군 감독은 “모든 야구인의 꿈은 당연히 1군 감독이다. 그러나 퓨처스를 맡는 순간에는 머릿속에서 모두 지워야 한다. 1군 감독에 부담되는 존재가 아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고 털어놨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