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악동에서 밀워키 돌풍의 주역으로…‘K-로드’의 부활

입력 2014-05-2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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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2002년 에인절스 창단 첫 WS 우승에 큰 힘
3년 연속 40S·최연소 100S 기록 승승장구
잇단 폭행 시비에 성적 부진까지 겹쳐 추락

‘은사’ 레니카 감독 신뢰 속 마무리투수 재기
올해 17S 선두…통산 4번째 세이브왕 노려


2014 시즌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신시내티 레즈가 지구 우승을 놓고 치열한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시카고 컵스와 함께 꼴찌 다툼을 벌일 것으로 평가절하됐던 밀워키 브루어스가 시즌 내내 선두 자리를 내놓지 않으며 내셔널리그 전체 승률 1위를 다툴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불펜진의 안정이 브루어스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중심에는 ‘K-로드’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가 있다. 지난 2년 동안 셋업맨으로 강등됐다 마무리투수로 다시 복귀한 로드리게스는 20일 현재 17세이브를 따내며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세이브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어느덧 32세의 노장이 되었지만 통산 4번째 세이브왕을 노리고 있는 로드리게스. 팬들은 ‘K- 로드’의 화려한 부활에 환호하고 있다.


● 약관에 월드시리즈 우승 견인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출신인 로드리게스는 18세 때 에인절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선발투수로 기량을 연마하다 2001년 팔꿈치와 어깨를 다쳐 불펜투수로 전향했다.

2002년 부상 선수가 속출해 불펜이 허약해진 애너하임 에인절스는 9월 중순 그를 콜업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전체 로스터 중 최연소선수였던 로드리게스는 불같은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정규시즌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그해 플레이오프에서 무려 5승이나 따내며 자신을 중용한 마이크 소시아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제대로 된 스카우팅 리포트조차 없는 스무 살짜리 애송이 투수의 거침없는 투구에 상대팀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뉴욕 양키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로드리게스는 2승을 거둬 ’스타 탄생’을 알렸고,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4.1이닝 동안 무려 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역시 2승 무패를 기록했다.

홈런왕 배리 본즈가 이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월드시리즈에서 에인절스는 ‘언더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로드리게스는 난타전 끝에 11-10으로 끝난 2차전에서 월드시리즈 역사상 최연소(20세 286일)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7차전까지 가는 혈투에서 8.2이닝을 책임진 로드리게스는 삼진을 13개나 잡아내며 에인절스의 창단 첫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 세이브왕

트로이 퍼시벌의 앞에 등판하는 셋업맨으로 활약한 로드리게스는 2004년 생애 첫 올스타전 출전의 꿈을 이뤘다. 특히 에인절스 44년 역사에서 6번째로 선발출전이 전무한 불펜투수가 100개 이상의 삼진을 따내는 진기록도 수립했다.

퍼시벌이 자유계약선수로 팀을 떠난 2005년부터 로드리게스는 풀타임 마무리로 에인절스의 뒷문을 지켰다. 66경기에 출전해 45세이브로 아메리칸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 퍼시벌의 공백을 메우고도 남았다. 이듬해에도 47세이브로 2년 연속 타이틀을 차지한 그는 9월 11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최연소 100세이브 기록도 수립했다.

2007년까지 3년 연속 40세이브 이상을 따내며 위용을 떨치던 로드리게스는 2008년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까지 수립해 상한가를 쳤다. 아메리칸리그 최다인 76경기에 출전해 보비 티그펜이 보유하고 있던 종전 기록을 5개나 뛰어넘은 62세이브로 시즌을 마쳤다. 4년 연속 4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로드리게스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 최우수선수(MVP) 투표 6위에 올랐다.


● 날개 없는 추락

2008년 12월, 로드리게스는 3년 3700만 달러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뉴욕 메츠와 계약했다. 에인절스 시절 그의 등 번호는 늘 ‘75’였지만, 메츠의 간판스타 요한 산타나와 겹치는 바람에 ‘57’로 변경했다. 생애 네 번째 올스타전에 출전했지만 35세이브(방어율 3.71)로 에인절스 시절 활약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두 차례나 끝내기 만루홈런을 허용하며 체면을 구겼다.

2010년은 그에게 최악의 해였다. 53경기에 출전해 4승2패 25세이브(방어율 2.20)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사고를 치며 ‘악동’ 이미지를 얻게 됐다. 5월 랜디 니만 벤치코치와 충돌을 일으키더니 8월 12일 자신의 여자친구 아버지를 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팬들을 놀라게 했다. 경범죄로 처리됐지만 여자친구와 그의 아버지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졌고, 메츠 구단도 자체 징계를 내렸다.

2011년 42경기에서 2승2패 23세이브로 시즌을 출발했지만, 메츠 구단은 올스타전을 마치자마자 그를 밀워키 브루어스로 트레이드시켰다. 하지만 브루어스에는 존 액스포드가 마무리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로드리게스는 셋업맨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시즌 막판 43차례 세이브 기회를 모두 성공시킨 액스포드의 놀라운 활약에 그의 불만은 전혀 힘을 얻지 못했다.

2012년에도 액스포드에게 밀린 로드리게스는 생애 최다인 78경기에 출전해 2승7패 3세이브(방어율 4.38)의 부진한 성적을 냈다. 절치부심한 로드리게스는 이듬 해 25경기에서 1승1패 10세이브(방어율 1.09)로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을 일찌감치 포기한 브루어스는 그를 7월 24일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트레이드했다.

그러나 오리올스에서 또다시 셋업맨으로 밀려난 그는 9월 18일 위스콘신주 법정에 서야 했다. 이번에는 자신의 아이를 낳아 준 여자를 폭행한 혐의였다. 1만 달러의 벌금과 최대 9개월 징역형을 받을 수 있었지만 베네수엘라로 떠난 피해자가 법정에 출두하지 않아 케이스가 기각됐다.


● 마지막 기회

지난 시즌 전반기 활약상을 잊지 못한 브루어스의 로드 레니키 감독은 2014시즌 개막을 앞두고 로드리게스를 마무리투수로 낙점했다. 예전 에인절스 시절 코치로서 로드리게스의 은사였던 레니키 감독의 예감은 적중했다. 시즌 개막 후 단 1점도 허용하지 않고 15세이브를 연속 따내며 브루어스의 뒷문을 단단히 지켰다.

5월12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마크 테셰이라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해 무실점 행진이 깨졌고, 이틀 뒤에는 파이어리츠전에서 3점을 내주며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16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해 시즌 17번째이자 통산 321세이브를 따내 호세 메사와 함께 역대 이 부문 공동 15위에 랭크됐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 시즌 안에 메이저리그 최다 세이브 부문 ’톱 10’ 진입도 가능할 전망이다.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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