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만수 감독-성준 수석코치(오른쪽). 스포츠동아DB
대부분 감독과 선후배 또는 서로 소통하는 사이
훈련 스케줄 관리 등 경기력 유지 역할 조정자
목소리 크면 “감독 행세”…코치와 때론 불편
감독-수석 공존 위해서는 끊임없이 대화해야
올 시즌 프로야구의 특징 중 하나는 수석코치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팀을 이탈하는 사례가 잦다는 점이다. 프로야구 9개구단 수석코치 중 벌써 3명이 떠났다. 한화 김성한(56) 수석코치는 이달 중순 1군 수석코치직을 사임했다. 앞서 LG 조계현(50) 수석코치는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한 뒤 팀을 지휘하다 11일 새 사령탑으로 양상문 감독이 선임되자 2군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 롯데 권두조(63) 수석코치도 사퇴의사를 밝혔다. 아직 시즌 3분의 1 정도밖에 소화하지 않은 시점. 이례적인 수석코치들의 도미노 이탈로 인해 수석코치가 때 아닌 주목을 받고 있다. 프로야구 수석코치, 그들은 누구일까.
● 프로야구 각 팀 수석코치들은?
올 시즌 출발에 앞서 프로야구 9개구단은 모두 수석코치를 뒀다. 팀을 떠난 3명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의 감독과 수석코치를 살펴보자. 2011년부터 삼성을 이끄는 류중일(50) 감독은 경북고와 삼성 직속 선배인 김성래(53) 수석코치를 선임했다. 올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두산 송일수(64) 감독은 같은 재일교포 출신의 송재박(58) 코치를 수석으로 임명했다. 지난해 넥센 감독 자리에 오른 염경엽(46) 감독은 광주일고 선배인 이강철(48) 수석코치를 불러들였고, SK 이만수(56) 감독은 대구중과 한양대 후배이자 삼성에서 배터리를 이룬 성준(52) 수석코치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NC 김경문(56) 감독은 특별한 학연이나 팀으로 얽힌 연결고리는 없지만 평소 마음이 통했던 양승관(55) 수석코치를 맞이했다. KIA는 선동열(51) 감독이 선수 시절부터 절친했고, 삼성에서도 감독과 수석코치로 호흡을 맞췄던 선배 한대화(54) 전 한화 감독과 다시 손을 잡았다.
● 수석코치는 무엇을 하는가?
프로야구 수석코치의 역할과 책임은 애매하다. 성문화된 규정이 없다. 각 팀의 상황에 따라, 감독의 성향에 따라, 수석코치의 역량과 성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수석코치의 가장 중요한 공통된 임무는 감독과 코치, 선수간의 가교 역할이다.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 색깔과 야구관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각 분야 코치들과 선수들에게 이를 이해시켜야한다. 또한 코치와 선수들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감독에게 전달해 팀에 불협화음도 없애야한다. 자신의 야구관과 가치관은 지워야한다. 가장과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와도 같다.
팀에 따라 다르지만 수석코치는 팀의 훈련 스케줄을 정하고, 담당 코치와 상의해 선발 라인업을 짜서 감독에게 올리기도 한다. 선수의 경조사나 가정사, 개인적인 문제를 파악해 경기력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A팀 수석코치는 “프로야구는 작은 정치판이다. 최고의 선수들과 최고의 코치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잘난 사람이 많다 보니 서로 부딪치는 게 많다. 그것을 잘 조정해야하는 게 바로 수석코치가 해야 할 일이다”고 설명했다.
● 감독도 아니고 코치도 아닌 자의 고충
수석코치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다. 그래서 팬들은 감독과 선수 이름은 줄줄이 꿰고 있어도 수석코치의 존재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 그러나 성적이 부진하면 구단 프런트가 감독을 해고하기 전의 조치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수석코치부터 날린다.
수석코치의 고충은 여기서 출발한다. 열정이 지나쳐 자신의 목소리를 내거나 감독에게 직언을 하면 “감독 행세를 한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 선수에게 조언을 해줄 때는 “오지랖도 넓다”는 평가를 들을 수도 있어 해당 코치의 눈치도 봐야한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일을 하지 않는다”는 낙인이 찍힌다. 무엇보다 감독이 수석코치를 배제한 채 직접 해당 코치와 독대하고, 코치가 직접 감독에게 보고하면 수석코치는 허수아비가 된다. 그러면서 감독과 수석코치간에 갈등이 발생한다.
B팀 감독은 “감독과 수석은 애인이나 부부와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처음 만날 때는 모든 것이 다 좋아 보인다. 그러나 함께 생활하다보면 단점이 보인다. 감독은 수석코치에게 섭섭하고, 수석코치는 감독에게 서운한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소한 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A팀의 수석코치는 “수석코치는 감독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코치와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한다.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일이 많지만 정작 자신의 스트레스는 스스로 풀어야한다. 그렇지 못하면 감독에게 욕먹고, 선수들에게 욕먹는다. 때론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해야 할 때도 있다. 감독과 수석코치가 갈등을 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