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 남발’ 윌슨 신뢰, 매팅리의 의리야구?

입력 2014-07-0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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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 동아닷컴DB

선수 기용은 전적으로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LA 다저스의 돈 매팅리(53) 감독이 브라이언 윌슨(32)을 셋업맨으로 고집스럽게 내보내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매팅리 감독의 의리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윌슨은 3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인터리그 홈경기에서 3-2로 앞선 8회초에 선발투수 류현진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7회까지 류현진이 단 한 개의 볼넷을 허용하지 않은 것과는 달리 윌슨은 3개의 볼넷과 안타 2개를 허용하며 무려 3점이나 내줬다. 1사 1·2루에서 대타 데이비드 머피의 좌전 적시타로 3-3 동점이 되며 류현진의 시즌 10승 고지 정복은 신기루로 변했다. 타구를 잡은 좌익수 매트 켐프는 글러브에서 공을 빼다 더듬는 바람에 홈 대신 3루로 송구했다. 그러나 주전 유격수로 출전한 카를로스 트리운펠은 엉뚱한 곳을 쳐다봐 켐프가 던지는 공을 잡지 못했다. 고의4구로 만루 작전을 펼쳤지만 마이크 아빌레스의 2타점 우전 적시타가 이어져 점수는 순식간에 3-5로 뒤집혔다. 5만 관중의 야유 속에 강판된 윌슨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나마 JP 하월이 후속 타자를 범타로 처리한 덕에 윌슨의 기록은 0.1이닝 3실점이 됐다.

올 시즌 두 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윌슨의 방어율은 5.52가 됐다. 공교롭게도 첫 번째 블론세이브 역시 류현진의 승리를 날려버린 것이었다. 3월 31일 샌디에이고전에서 2승 도전에 나선 류현진이 7이닝 무실점으로 눈부신 투구를 펼쳤지만 윌슨은 1-0으로 앞선 8회초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3점을 내주며 패전투수가 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볼넷이 많다는 점이다. 29.1이닝 동안 무려 22개의 볼넷을 내주며 화를 자초했다. 96.1이닝을 소화한 류현진이 내준 볼넷(19)보다 3개가 더 많다. 전성기 때와는 달리 직구의 구위가 떨어져 안타도 33개나 허용했다. 8회초 클리블랜드는 좌타자인 3번 마이클 브랜틀리가 선두타자로 나왔다. 4번 카를로스 산타나는 스위치히터로 역시 왼쪽 타석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매팅리 감독은 좌완투수 대신 윌슨을 마운드에 올렸다. 두 명의 좌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지만 매팅리 감독은 윌슨을 계속 밀고 나갔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적은 점수차로 앞선 8회에는 윌슨을 반드시 올린다는 매팅리 감독의 의리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팬들은 이날 패배가 윌슨의 방화쇼와 4번타자로 기용된 맷 켐프 때문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5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켐프가 남긴 잔루는 무려 7개나 됐다. 클린업 타자가 해결사 역할을 하기는커녕 이처럼 많은 잔루를 남기고도 이길 수 있는 팀은 없다는 지적이다.

LA(미 캘리포니아주)|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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