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사서 임의탈퇴…이창우의 한숨

입력 2015-01-0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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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 국가대표 골키퍼 이창우(가운데)는 지난해 코로사와 5년 장기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웰컴론이 코로사의 지원을 중단한 후 팀 운영을 둘러싼 갈등으로 결국 임의탈퇴 선수가 됐다. 두 아이를 둔 아버지인 그는 지금 실업자다. 평생 핸드볼만 보고 살아온 그를 누가 그라운드 밖으로 내몰았을까. 스포츠동아DB

지난해 코로사와 FA 5년계약 체결
스폰서가 손 떼면서 재정난에 빠져
동료들 외면할 수 없어 팀 복귀 불응
“둘째딸도 태어났는데…가슴 아프다”

핸드볼 국가대표 골키퍼 이창우(32)는 지난해 12월12일 둘째 아이(딸)를 얻었다. 그는 요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머리와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평생 핸드볼만 보고 살았는데 무엇이 그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을까.


● 새해 아침 날아든 임의탈퇴 통보

이창우는 2014년 코로사와 프리에이전트(FA) 5년 계약을 했다. 야구, 축구처럼 대박 계약은 아니었지만 안정적으로 핸드볼을 오래하고 싶어 장기계약에 응했다. 계약금은 없었고 사실상 2+3계약이었다. 즉 2년간 연봉 6500만원을 받되 성적이 좋으면 코로사가 이후 3년간의 옵션을 행사하는 조건이었다. 3년 옵션이 보장되면 연봉 80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입단 첫해부터 먹튀가 안 되게 최선을 다했고, 코로사는 2014년 두산의 아성을 깨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계약기간 4년 이상을 남긴 상태에서 코로사의 스폰서였던 웰컴론이 핸드볼에 손을 떼면서 짧은 행복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재정난에 처하자 장인익 전 감독과 12명의 선수들은 “코로사 정명헌 사장과 함께 갈 수 없다”고 반발했고, 이에 맞서 코로사 정명헌 사장은 계약기간이 남은 선수들, 대학졸업생 등을 끌어 모아 9명으로 팀을 꾸렸다. 이에 따라 코로사로 돌아갈 퇴로조차 막힌 기존 선수들의 분노는 더 심해졌다.

반면 계약기간이 보장된 이창우는 코로사에서 밀려난 장인익 전 감독을 포함한 11명의 선수들과 함께 정 사장에 맞서 ‘장외투쟁’할 이유가 적었다. 팀에 남아서 운동을 하면 2015년 연봉 6500만원은 보장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동료들을 외면하지 않았고, 코로사의 복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코로사 정 사장은 지난해 12월31일 “불러도 응하지 않으니 계약이 남은 이창우, 용민호(군 입대)는 임의탈퇴 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핸드볼협회는 “코로사가 2일 두 선수의 임의탈퇴를 신청해 접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창우는 2015년 새해 실업자 신분이 됐다.


● “핸드볼 할 팔자가 아니었나 봐요”

이창우는 “나 혼자 핸드볼 잘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 비록 1년도 같이 안 뛴 팀원들이지만 동료들이 생계 위협을 받고 있는데, 내가 이 일을 당했다고 생각해봐라”라고 아내를 설득했다. 아내는 그저 남편 걱정일 뿐이지만 새로 태어난 딸 생각을 하면 그도 만감이 교차한다. 전국체전이 끝난 뒤 운동을 못했으니 두 달 이상 이미 공백이다. 1월 카타르 세계선수권대회 역시 불참이 확정돼 대표팀에 갈 일도 없다. 그는 “근육이 풀어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 사장이 복귀를 바라고 임의탈퇴를 한 것이라 볼 수 있기에 코로사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로사로 안 돌아가면 은퇴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괴로움 속에 그는 “핸드볼 할 팔자가 아니었나보다”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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