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무결점 플레이는 ‘퍼팅의 힘’

입력 2015-03-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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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아래)가 8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최종 4라운드 도중 캐디와 함께 퍼트 라이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박인비는 정확한 퍼트로 무결점 우승을 일궜다. 사진제공|마니아리포트

■ 박인비, 보기 없이 우승 원동력은


시선을 헤드와 함께 움직이는 방식으로
퍼트 스트로크 바꿔 헤드 움직임 개선
“퍼트감각 아직 최고수준의 80∼90%”


박인비(27·KB금융그룹)의 스코어 카드는 깨끗했다. 4라운드 동안 단 1개의 보기도 범하지 않은 무결점 플레이가 우승을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5일부터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 세라퐁 코스에서 펼쳐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박인비는 이 대회 전부터 퍼트 스트로크를 바꿨다. 태국에서 끝난 혼다 타일랜드 3라운드부터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퍼트할 때 퍼터의 헤드가 미세하게 움직여 정확성을 떨어뜨리던 나쁜 습관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에서도 실험을 계속했다. 좀더 좋아졌다.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기록하며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무결점 플레이는 2∼3라운드에서도 이어졌다. 2라운드에서 3언더파, 3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쳤다. 역시 보기는 없었다.

8일 4라운드에서도 ‘박인비표 컴퓨터 퍼트’가 계속됐다. 마지막 18번홀까지 단 1개의 보기로 범하지 않은 박인비는 72홀 보기 프리(Bogey Free) 경기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살짝 아쉬움을 내비쳤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표만 놓고 보면 100점 만점에 가까운 경기였다. 그럼에도 박인비와 그의 스윙코치로 함께 필드를 누비는 남편 남기협 씨의 눈에는 아직 2%가 부족했다. 남 씨는 “보기 없이 경기를 끝냈으니 더 할 나위 없다. 그러나 많은 버디 기회를 놓쳤다. 아직은 퍼트 감각을 완벽하게 되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퍼트 스트로크는 남 씨의 작품이다. 남 씨는 “프로골퍼들의 퍼트 스트로크를 보면 2가지 동작으로 나뉜다. 하나는 시선을 공에 멈춘 상태에서 퍼트를 하고, 또 다른 하나는 퍼트 스트로크를 하는 동안 시선이 퍼터의 헤드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이전까지 박인비는 시선을 공에 두고 퍼트했는데, 혼다 타일랜드 3라운드부터 시선을 헤드와 함께 움직이는 방식으로 바꿨다. 잘 되지 않으면 절대 바꾸지 않았을 텐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 바꾼 스트로크로 이번 대회까지 2번째 경기를 치르고 있는데, 본인에게 잘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인비는 “4라운드 동안 보기를 1개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러나 아직 퍼트 감각을 완전히 되찾은 건 아니다. 가장 좋았던 2013년과 비교하면 80∼90% 정도다”며 여운을 남겼다.

‘눈물 퍼팅’으로 불리는 박인비의 퍼트는 동료들에게조차 부러움의 대상이다. 홀 앞에서 멈출 듯하다가 빨려 들어가듯 떨어지는 모습이 눈물과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골프여왕 시절에 보여줬던 박인비의 ‘눈물 퍼팅’을 다시 볼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싱가포르|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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