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스포츠동아DB
■ 역대 시구로 본 프로야구
역대 개막전 시구자의 이름을 보면 한국프로야구가 우리 사회에서 맡고 있는 역할과 비중, 색깔 등 다양한 부분을 엿볼 수 있다. 독재정권이 민주화를 바라는 민심을 달래기 위한 도구로 여겼던 1980년대 개막전 시구는 정치인의 몫이었다. 1892년 3얼 27일,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역사적 원년 개막전 시구는 이날 관중보다 적은 ‘체육관 투표’로 청와대의 주인이 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다. 이후 제5공화국 내내 고작 2차례(부산일보 사장·MBC 구단주)를 빼면 임명직 서울시장 등의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이 시구를 했다. 프로야구 개막전은 그들에게는 억지로 동원되지 않은 진짜 군중 앞에서 손이라도 흔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첫 변화는 대통령직선제 이후인 1989년이었다. 4월 8일 무등구장(빙그레-해태)에서 영화배우 강수연이 공을 던졌다. 개막전 1호 연예인 시구였다. 같은 날 잠실(MBC-OB)에선 OB 베어스 성인회원 1호 이국신 씨가 시구를 했다. 유명인사가 아닌, 야구장의 진짜 주인인 야구팬이 한 첫 시구였다.
이후 의미 있는 변화가 이어졌다. 1994년 잠실(쌍방울-OB)에선 어린이 팬 우수연 군이 시구를 했다. 팬 1호, 어린이 팬 1호 시구는 모두 두산의 전신 OB의 홈 개막전에서 이뤄졌다.
2000년대 들어 연예인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2002년 박철순 등 은퇴한 야구선수도 등장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개그맨(정준하), 천재소년(송유근), 감동의 주인공(하인스 워드)들이 시구를 했다. 이후 타 종목 올림픽 메달리스트, 만학도 부부, 아나운서, 전 감독 등 시구의 주인공들은 더욱 다양해졌다.
올해는 고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가 사직(kt-롯데) 개막전 시구를 맡는다. 올해 마지막으로 프로경기를 치르는 대구(SK-삼성)에선 원년 삼성 어린이회원 박용현 씨 가족 3대가 시구·시타·시포를 한다. 잠실(NC-두산)은 걸그룹 AOA 지민, 목동(한화-넥센)은 걸그룹 포미닛 전지윤, 광주(LG-KIA)는 윤장현 광주시장과 초등학생 팬 임지용 군이 시구를 한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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