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우승 정민수 “꿈은 이루어진다”

입력 2015-07-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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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열린 ‘2015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배’ 대상 경주에서 불리한 코스를 배정받고도 강력한 우승후보 어선규와 김효년을 제치고 우승한 정민수(가운데)가 시상대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 경정 ‘이사장배’ 품은 정민수

랭킹 7위로 본선…코스 불리함 딛고 정상
누적상금 6047만원…단숨에 랭킹 2위로


물은 99도에서 끓지 않는다. 99도까지 열심히 온도를 올려놓아도 마지막 1도를 넘기지 못하면 영원히 끓지 않는다. 경정원년 멤버 정민수. 그가 그랬다. 성실한 선수의 대명사로 그를 꼽지만 ‘마지막 1도’가 부족했다.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경기에 온힘을 쏟았지만 그의 온도계는 99도에 머무른 때가 많았다. 2009년 7월 대상경정서 우승한 게 우승 성적표의 전부였다. 그의 성적표엔 2위, 3위가 유독 많다. 대상경정에서 2위만 4회, 3위 5회나 차지했다. 아쉬움이 많았다. 그런 그가 마침내 ‘마지막 1도’를 올렸다.


● 이사장배 품은 정민수 “꿈이 이루어져 기쁘다”

정민수가 마침내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정민수는 지난 23일 열린 ‘2015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배 대상경정’ 결승전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 앞엔 아무도 없었다. 무려 6년 만에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선 것이다. 만감이 교차했다. 불혹이 넘은 나이. 잡힐 듯 잡힐 듯 하던 챔피언트로피는 늘 그를 비켜갔다. 한때는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경정키를 굳게 잡았던 그였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우승을 확정지은 뒤에도 팬들을 향해 한참동안 고개를 숙였다.

정민수는 우승소감에서 “챔피언에 오른 지 너무 오래됐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우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꿈이 이뤄져 기쁘다. 생신을 맞은 아버지께 이 영광을 드린다. 앞으로 더 좋은 경기로 팬 여러분께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실력에 관한한 그는 경정계에서 큰 이견이 없다. 경정전문지 경정모터스 이경석 기자는 “정민수 선수는 실력은 뛰어난데 그동안 큰 대회와 인연이 없었다. 이번 이사장배 우승을 계기로 ‘우승 징크스’를 깨고 롱런할 수 있는 선수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단숨에 상금랭킹 2위, 다승랭킹 3위 껑충


당초 이번 대회에서 정민수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의 앞엔 랭킹 1,2위인 김효년과 어선규가 동네어귀 거대한 느티나무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랭킹 7위로 본선에 올라 상대적으로 불리한 코스를 배정받았기에 더더욱 그를 눈여겨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변이 없는 한 우승까지는 쉽지 않다는 게 경정전문가들의 예측이었다.

그도 크게 기대하지 않은 눈치였다. 그는 출발전 인터뷰에서 “금주 배정받은 21번 모터는 직선은 중하급이고 선회는 중급정도의 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펠러는 동일한 복합형을 사용했으며 스타트 상태는 생각보다 안 나오고 있다. 정비계획은 기본적인 세척을 했고 금일 연습 포인트는 모터 성능파악에 주안점을 둔 훈련이다. 훈련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점정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전에선 달랐다. 22일 준결승 2차전. 정민수는 4코스를 배정받아 경주에 나섰다. 3위 안에 들어야만 결승진출이 가능한 상황에서 어선규에 이어 2위로 골인하며 결승행 티켓을 확보했다. 이어 ‘수중전’ 속에 치러진 23일 결승의 관심은 1, 2코스였던 김효년과 어선규에 쏠렸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그의 편이었다. 3코스에서 출발한 정민수는 빠른 스타트로 과감하게 진격했다. 출발이 좋았다. 이어 4코스 서화모의 플라잉(출발위반)으로 경주 전개가 어수선한 틈을 타 재빠르게 휘감기 전법으로 안쪽 빈 공간을 파고들었다. 가장 먼저 1턴 마크를 빠져나온 뒤 마지막까지 선두를 유지하며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6년 만에 ‘왕좌’를 탈환하는 순간이었다.

김효년과 어선규가 마지막까지 역전을 노리고 추격했지만 노련한 정민수는 추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해 그랑프리 챔피언 어선규가 준우승을 차지했고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김효년은 3위에 그쳤다.

경정 홍보마케팅팀 김동환 차장은 “역대 이사장배에서 3코스 우승확률이 세 번으로 가장 많았다. 설마 했는데 이번에도 3코스 정민수가 우승하며 확률은 통했다. 정민수의 우승으로 하반기 최고 선수들 간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민수는 이번 우승으로 김효년에 이어 누적상금 6047만원으로 단숨에 상금랭킹 2위로 뛰어올랐다. 1위 김효년(7342만원)과 1300만원 차이다. 다승 순위에선 김효년(1착 26회, 2착 10회, 3착 3회) 어선규(1착 15회, 2착14회, 3착 6회)에 이어 랭킹 3위다. 정민수는 1착 15회, 2착 7회, 3착 7회를 기록하고 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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