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제구 타짜’ 손민한, 몰릴수록 더 세게 투구

입력 2015-09-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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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손민한-삼성 윤성환-두산 유희관(맨 위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당신이 몰랐던 ‘제구력’의 실체

생각한 코스로 공 들어갈 확률 30% 미만
2S까지 세게 던져 파울 유도해야 효율적
윤성환·유희관 루킹스트라이크 비율 높아


투수가 원하는 곳에 정확히 공을 던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흔히 ‘제구력’이라고 부르는 이 능력은 수치화하기 매우 힘들다. 영상을 통해서도 마찬가지. 하이라이트 필름은 결정적 삼진을 잡은, ‘기가 막히게’ 들어간 공만 보여준다. 또 대충 언저리에 들어가도 타자가 속으면 훌륭한 공이 된다. 컨트롤이 아무리 좋은 투수라도 100%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는 없다. 손혁 넥센 투수코치는 “아무리 컨트롤이 좋아도 생각한 곳에 공을 정확히 던질 확률이 30%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제구가 좋다”는 말을 쉽게 쓴다. 과연 제구력의 실체는 무엇일까.


● 결국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완벽한 ‘제구’는 스트라이크존 구석에서 형성되는 공들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으로 공을 던져서는 안 된다. 손 코치는 “투수들에게 스트라이크존 구석으로 던지는 훈련만 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상식과는 반대로 보이지만, 오히려 이 쪽이 상식이다. 투수가 생각한 코스로 정확히 공이 들어갈 확률이 30%도 안 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는 “결국 투수는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구에 있어서는 ‘타짜’라고 불릴 만한 NC 손민한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2B-0S 등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놓였을 때, 그는 평소보다 ‘더 세게’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을 던진다. 안타를 맞을 확률도 높아지지만, 타자의 방망이가 나오는 코스로 세게 던져 ‘파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이렇게 투스트라이크까지는 파울로 채우는 것도 효율적이다. 괜히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힘을 빼고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던지다 맞는 것보다 낫다.


● 제구력은 어떤 수치로 판단해야 할까?

제구력은 어떤 수치로 판단해야 할까. 흔히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이나, KK/BB(삼진/볼넷 허용 비율) 등으로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는 제구력을 온전히 보여줄 수 없다. 손민한처럼 타자가 치고 싶어 하는 코스로 공을 던져 방망이를 이끌어내는 경우도 있는데다, 투수에게는 언제나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 존재한다. 물론 기록은 합리적이다. 8월까지 경기당 볼넷 허용(9이닝 환산) 1위는 삼성 윤성환(1.41개)이다. 현장에서 컨트롤에 있어서는 으뜸으로 꼽히는 투수다. 그는 KK/BB 수치도 5.60으로 최고다.


● ‘컨트롤 아티스트’ 윤성환-유희관, 타자들은 치거나 지켜보거나!

최고의 제구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윤성환을 따라가는 투수가 있다. 바로 두산 왼손투수 유희관이다. 유희관은 경기당 볼넷 허용 4위(2.04개), 토종투수 중에선 윤성환에 이은 2위다. KK/BB 역시 3.05로 6위, 토종 2위다.

윤성환과 유희관의 특징을 살펴보면, ‘제구력의 실체’에 좀더 가까워질 수 있다. 둘은 공통적으로 상대방의 타격을 이끌어내거나, 루킹 스트라이크가 많다. 즉 타자가 치고 싶어 하는 코스로 공을 던졌거나, 반대로 타자가 허망하게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을 그대로 지켜본 것이다,

유희관이 던진 공의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은 무려 22.3%다. 평균이 18.3%임을 고려하면, 4%나 높다. 넥센 에이스 앤디 밴 헤켄이 21%로 2위, 전통의 강자 삼성 윤성환이 19.4%로 3위다. 모두 제구력이 좋다고 평가받는 투수들이다.

타자가 치고 싶어 하는 코스에 공을 던졌을 확률, 타격 퍼센티지를 보면 유희관은 20.5%로 전체 3위다. 이 부분에선 KIA 조쉬 스틴슨(20.8%), SK 메릴 켈리(20.7%)가 1·2위를 차지했다. 둘은 땅볼/뜬공 비율이 각각 1.90(2위), 1.62(6위)로 높은 ‘땅볼 유도형 투수’들이다. 윤성환은 19.6%로 5위에 올랐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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