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골 유도·상대 패스 차단…구자철·곽태희의 ‘복수혈전’

입력 2015-09-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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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구자철. 스포츠동아DB

4년전 브라질월드컵 亞예선 패배 아픔
레바논전 냉정한 플레이 3-0 숨은 영웅


한국-레바논의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경기가 열린 2011년 11월 15일(한국시간)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 전광판은 레바논의 2-1 승리를 알렸다. ‘쇼크’, ‘참사’ 등 온갖 부정적 표현이 난무한 패배의 파장은 엄청났다. 축구대표팀을 향해 비난이 빗발쳤고, 결국 조광래 감독(현 대구FC 사장)은 경질됐다.

그로부터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장소와 무대가 바뀐 가운데 양국간 11번째 맞대결이 8일 베이루트 인근 시돈에서 펼쳐졌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이었다. 레이저를 쏘아대고 오물을 투척하는 등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비 매너’로 일관한 레바논 관중은 오래 전의 기쁨을 되새기며 자국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되지 않았다. 이제는 레바논이 당할 차례였다. 우리 대표팀에는 고통과 아픔을 기억하며 복수의 때를 기다린 숨은 영웅들이 있었다. 곽태휘(34·알 힐랄)와 구자철(26·아우크스부르크)이었다. 각각 중앙수비수와 왼쪽 측면 날개로 배치된 둘은 4년 전 베이루트 격전을 경험했고, 모두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특히 구자철은 대표팀이 0-1로 끌려가던 전반 20분 페널티킥 동점골을 터뜨렸음에도 패배를 막지 못했다.

레바논에 대한 감정이 남다른 것은 당연했다. 올 여름 마인츠에서 아우크스부르크(이상 독일)로 이적해 3일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라오스와 홈경기(8-0 승)를 건너뛴 구자철은 레바논 현지로 합류한 뒤 “그간 레바논 원정 징크스를 의식하지 않았지만 제 몫을 다하고 싶다”, 곽태휘는 “2011년 패배, 2013년 무승부를 했으니 이번에는 우리가 이겨야 한다. 악몽은 꼭 돌려줘야 있다”며 필승의지를 불태웠다.

복수심에 불타는 뜨거운 가슴으로만 일관하지 않았다. 그라운드에선 차가운 머리로 누구보다 냉정한 플레이를 했다. 곽태휘는 철저히 상대 패스 줄기와 공간을 차단했고, 구자철은 전반 25분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했다. 공수 모든 면에서 불안정해진 레바논은 결국 영패를 면치 못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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