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개인캠프서 담금질…최저연봉 홍성용의 투자

입력 2016-01-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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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홍성용. 스포츠동아DB

연봉 3000만원. 프로야구선수로선 신인급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단체훈련이 금지되는 12월에서 1월초에는 홀로 몸을 만들어야 하지만, 지갑을 열기에는 큰 망설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프로 11년차의 30대 선수라면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kt 홍성용(30)은 더 빛나는 한 해를 위해 과감히 해외개인훈련을 택했다. 가장 가치 있는 투자, 자신의 몸에 대한 아낌없는 후원이었다.

kt는 16일(한국시간)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kt 투수들은 22일 불펜피칭을 시작했다. 포수가 일어선 채로가 아니라 실전처럼 앉아서 공을 받고, 투수는 전력투구를 했다. 매일 40개씩 사흘 연속 진행됐다.

12월부터 1월초까지 개인훈련을 통해 미리 몸을 만들지 않으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스케줄이다. 미리 전지훈련 일정이 통보됐기 때문에 kt 투수들은 각자 개인훈련을 한 뒤 캠프에 합류했고, 16일부터 20일까지 건조하고 온화한 애리조나에서 어깨를 예열했다. 각자 노력했지만, 성과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24일까지 진행된 첫 번째 3일 연속 불펜피칭에서 가장 돋보인 주인공은 좌완투수 홍성용이었다.

홍성용의 공을 직접 받은 포수 김종민은 “공 끝이 더 예리해졌고, 투구폼은 타자가 더 까다로워할 수 있게 변했다. 공에 힘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투구를 지켜본 안치용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지난해에도 팔 스윙이 매우 짧아 타자가 힘들었는데, 올해는 그 동작이 머리 뒤에서 이뤄진다. 타자 입장에선 더 상대하기 힘든 투구폼이다. 제구력도 더 예리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6월 NC에서 이적한 홍성용은 42경기에서 10홀드, 방어율 3.86을 기록하며 kt에서 없어선 안 될 핵심 좌완 불펜요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렇게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은 실로 험난했다. 프로에 입단한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입대와 방출, 일본독립리그 진출과 투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등 프로선수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거듭했다. 2014년 10년 만에 1군 데뷔전을 치렀고, 2015년 kt에서 독특한 투구폼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수준급 좌완 스페셜리스트가 됐다.

오랜 시간 무명선수였기에 지난해 연봉은 신인과 큰 차이가 없는 3000만원이었다. 그러나 한 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난해 12월 자비로 2주 동안 일본 도토리에서 개인훈련을 했다. 한국보다 따뜻한 곳에서 착실히 몸을 만들며 스프링캠프에 대비했다. 홍성용은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몸에 좀 투자를 했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행인 사실은 kt가 지난해 홍성용의 역투를 인정해 연봉을 대폭적으로 올려줘 올해 7000만원에 재계약한 것이다. kt 조범현 감독은 “올해 연봉이 올랐다고 해도 힘든 시간이 길었던 친구인데, 자비로 해외에서 개인훈련까지 했다니 크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홍성용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좌완투수 중에서 선발 후보를 찾는 데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흐뭇해했다.

투산(미 애리조나)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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