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야구협 박상희 회장 “정리할 건 하고 사표 내겠다”

입력 2016-03-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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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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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감사 결과 보고 나갈것”
법적책임 피하기 위한 작업 진행 중

“오늘이라도 당장 사표 던지고 나가고 싶지만, 정리할 건 하고 나가겠다.”

대한야구협회(KBA) 박상희(사진) 회장의 사퇴 여부에 야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열린 상임이사회 집행부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이후 사표를 내지 않자 야구계에선 “박 회장이 통합 회장 후보로 출마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체육회 통합에 따라 KBA와 국민생활체육전국야구연합회(KBF)도 27일까지는 통합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 회장은 8일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통합 회장 후보로 안 나간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뒤 “사퇴할 때 사퇴하더라도 정리할 건 하고 나가겠다. 통합 마감시한 안에는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리할 일’에 대해 박 회장은 “내가 회장이 됐을 때(2015년 5월) 전임 회장으로부터 아무런 업무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다. 누가 후임 회장이 되더라도 내가 인수인계서는 만들어놓고 나가야 할 것 아니냐. 요즘 후임 회장 후보들을 만나 여러 가지를 상의하고 있다”며 “협회에 돈이 없다. 내가 여기서 당장 사표 던지고 나가면 협회 직원들 월급도 못 준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KBA 기금 전용 및 업무추진비 과다 사용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기금 과실금(이자 수입) 중 3억809만원을 이사회와 대의원총회의 승인 없이 경상비로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업무추진비를 거의 쓰지 않았던 전임 회장과는 달리 취임 이후 7개월 동안 법인카드를 통해 2800만원 가량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KBA에 지원하는 주최단체 지원금을 보류했다. 아울러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강도 높은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조만간 감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박 회장은 “기금 전용은 나부터 한 것이 아니라 이병석 회장 시절부터 했던 것이다. 전 집행부로부터 인수인계 과정에서 오류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오늘이라도 당장 사표를 던지고 나오고 싶지만 정리는 해야 할 것 아니냐. 요즘 후임 회장 후보들과 만나 여러 가지를 상의하고 있다. 또 (대한체육회가 실시한) 감사 결과도 보고 나가야 하지 않느냐”며 “전임 집행부의 배임횡령 부분에 대해 내가 고소를 안 하고 나가면 법적으로 내가 다 덮어쓰게 돼 있다”고 말해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KBA는 앞으로 전용한 기금 3억809만원을 대한체육회에 반납하고, 7100만원은 문체부에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1억9200만원은 KBA 자체 기금이라 반납할 대상이 없지만, KBA로선 금고가 바닥난 형편이다. 문체부의 지원도 끊기고, KBO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어 아마추어야구를 관장하는 KBA가 고사 직전까지 몰리고 있다. 야구계에선 “이러다 주말리그도 진행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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