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BO·KOVO의 노력
프로야구선수협 차원 교육도 강화
KOVO, 순회교육에 심판도 참여
학원 스포츠지도자 사전교육 중요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배구, 프로농구 등 소위 국내 4대 스포츠에서 모두 불법도박 스캔들이 터졌다. 스포츠 도박은 승부조작과 결부될 수밖에 없다. 리그의 신뢰성을 훼손하기에 사활을 걸고 막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청정리그’는 훼손됐을지라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강력하고, 치밀한 예방책을 마련하고 있다. 비록 불완전하더라도 이런 대비책이 존재하는 것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불법 스포츠도박의 폐해에 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을 추방할 수 있는 지름길은 선수, 지도자들이 ‘한번의 실수로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일 수 있다. 여름과 겨울철 최고 인기스포츠로 자리매김한 KBO(한국야구위원회)와 KOVO(한국배구연맹)도 리그의 투명성을 수호하기 위한 방책들을 마련해놓고 있다.
● 최고의 예방책은 ‘교육’
대한민국 프로스포츠에서 KBO의 위상은 각별하다. KBO의 정책 방향을 타 리그에서 적잖이 참고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도적인 KBO이지만 불법도박에 관해서는 취약함을 노출해온 것이 사실이다. 2009년 채태인(당시 삼성)이 인터넷도박, 오상민(당시 LG)이 카드도박을 한 것이 적발됐음에도 출장정지 5경기, 제재금 200만원,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48시간이 징계의 전부였다.
솜방망이 처벌은 결국 2012년 박현준, 김성현(당시 LG)의 불법사이트 경기조작 가담이라는 대형 스캔들로 번졌다. 두 선수는 영구실격 처벌을 받았다. 이어 2016년 1월 임창용(당시 삼성)과 오승환이 해외 불법 원정도박으로 72경기 징계 처분을 받았다. 두 선수는 승부조작과 연루되지 않은 단순도박이라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중하지 않았다. 이런 아픔을 경험한 KBO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보조를 맞춰 ▲신인선수 오리엔테이션에서 부정방지 교육 ▲시즌 중 KBO리그와 퓨처스리그 선수단 및 코치진을 대상으로 순회 교육 ▲선수협 차원의 총회 교육 등 ‘3중 교육 장치’를 마련했다.
프로배구 역시 남녀 구단 순회교육과 신인선수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한다. 심판진과 연맹 직원들까지 이 교육의 참여 대상이다. 프로배구는 아예 계약서에 ‘부정방지 서약서’를 선수단 전체로부터 받는다.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잡아낸다!
교육이 홍보이자 예방책이라면 CCTV와 같은 실시간 감시기능도 은밀하게 작동된다. KBO와 KOVO가 동시에 시행하고 있는 대책이 ▲경기운영위원의 모니터링 ▲암행감찰 제도 ▲신고센터 운영이다.
KBO는 모든 경기에서 경기운영위원(경기감독관)이 야구장 주변, 덕아웃, 관중석을 관찰하고 경기 후 항상 보고서를 제출한다. 수사 경험이 있는 인사들을 뽑아서 구성한 암행감찰관은 프로야구뿐 아니라 아마야구까지 감시한다. 주 1회씩 KBO 사무총장에게 직보를 하는 구조다. 이들을 통해 KBO는 프로와 아마야구에 걸쳐 승부조작, 금품수수에 관한 제보를 취합한다. KBO가 운영하는 전문가 집단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인도 KBO 홈페이지 내 ‘공정센터’를 통해 제보할 수 있다. 일반인이 불법사이트의 실체를 신고하면 KBO가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이관시켜 사건을 공식 수사로 전환시킬 수 있다. 의미 있는 제보를 해주는 신고자는 포상을 받는다.
KOVO 역시 경기감독관과 심판감독관 각 1명씩을 모든 경기에 배치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한다. V리그에는 암행감찰관도 활동한다. 이 감찰자는 KOVO 사무총장과 ‘핫라인’이 연결돼 있다. 불온한 낌새가 포착되면 언제든 보고할 수 있도록 체계가 잡혀 있다. 홈페이지와 전화, 우편에 걸쳐 부정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공정(클린) 신고센터’도 운영 중이다.
● 아마추어 때부터 문제의식 심어줘야
스포츠토토 건전지원팀 조린 과장은 불법 스포츠도박을 위한 강연을 7년간 다녔다. 프로종목이야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아마추어 종목이나 대학선수들은 이런 유혹에 취약하다. 연루된 선수들을 보면 대개 순수한데 ‘용돈벌이’ 수준으로 조작에 가담하다 돌이킬 수 없는 낙인을 찍힌다.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도박이 범죄라는 문제의식을 중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근본적 문제인 것이다.
조 과장은 “그럴수록 교육을 더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을 하다 적발되면 모든 것을 뺏길 수 있다고 알게 되면 사소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 호기심으로 했던 일들이 나중에 프로에 간 다음에는 중독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 과장은 “강연을 다녀보면 불법 스포츠도박에 가담하면 왜 안 되는지 아예 모르는 케이스도 있다.
심지어 지도자들조차 심각성을 잘 모를 때가 있다. 나에게 선수가 와서 ‘이미 가담을 한 전력이 있다. 이제부터 나는 어떻게 하면 되나?’라고 물어오기도 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 시절부터 어두운 과거를 안고 프로로 오면 이 선수는 계속 유혹과 협박의 위험성에 놓이기 십상이다. 세상을 잘 모르는 어린 선수를 보호해주는 것은 지도자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 과장은 “학생 스포츠 지도자들부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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