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윤석민. 스포츠동아DB
지난해까지 넥센의 4번타자는 한국 최고의 홈런타자 박병호(30·미네소타)였다. 5시즌(2011~2015년) 동안 넥센에서 타율 0.310, 185홈런, 520타점을 기록한 그의 빈자리를 메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애초 외국인 선수 대니 돈(32)을 4번타자로 낙점했다. 박병호와 같은 홈런타자는 아니지만, 좌·우중간을 꿰뚫는 ‘갭투갭 히팅’으로 많은 타점을 올려주길 바랐다. 그러나 돈은 4번타순에서 타율 0.242(161타수39안타)의 부진에 허덕였다. 8홈런·32타점을 기록했지만, 기대했던 해결사 역할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자 염 감독은 손목 부상을 털고 돌아온 윤석민(31)에게 4번의 중책을 맡겼다. 넥센 이적 후 2년 연속(2014~2015년)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고, 지난해 108경기에서 타율 0.294, 14홈런, 71타점의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타격 재능을 인정받았다. 다소 부족한 풀타임 경험과 4번타순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는 게 숙제였다. 염 감독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내 선수가 4번을 맡는 것이 좋다”며 힘을 실어줬다. 지난달 27일 1군에 복귀한 윤석민은 하루 뒤 수원 kt전부터 4번타자로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처음에는 다소 고전했다. 윤석민은 5월 4경기에서 타율 0.214,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6월 25경기에서 타율 0.337, 4홈런, 18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숨겨왔던 4번타자 본능을 마음껏 펼쳐보였다. 6월까지 올 시즌 4번타순에서 타율 0.324(102타수33안타), 5홈런, 21타점으로 자기 몫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윤석민은 좌투수에 강하다는 이미지가 뚜렷했던 선수다. 지난해에도 좌투수를 상대로 0.375(80타수30안타)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으나, 우투수에게 0.249(229타수57안타)로 약했다. 본인도 지난달 27일 복귀 후 “내가 좌투수에 강점이 있으니 그 부분에 맞춰서 잘 준비하겠다”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올해는 좌투수(상대타율 0.348)와 우투수(0.345)를 가리지 않는다. 올 시즌 홈런 5개 중 4개가 우투수를 상대로 쳐낸 것이다.
윤석민은 “부상 복귀 후 바로 4번타자라 처음에는 부담감이 컸다”면서도 “감독님께서 믿고 기용해주시는 만큼 열심히 했고, 계속 나가다 보니 결과가 좋아 자신감도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별히 잘 치는 비결은 없다. 시즌 초반에 부상을 당해 간절함이 더 생겼고, 타석마다 더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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