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클래스 못 벗어난 한화, 김성근표 도박야구의 최후

입력 2016-09-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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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한화 야구는 ‘김성근표 도박야구’로 설명이 가능하다. 필승계투조를 매일 가동하고, 선발과 구원의 보직을 파괴해 눈앞의 1승을 노리는 위험한 야구다. 이는 5강싸움이 한창인 승부처에서 한화에 독이 돼 돌아오고 있다. 대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올 시즌 한화 야구는 ‘김성근표 도박야구’로 설명이 가능하다. 필승계투조를 매일 가동하고, 선발과 구원의 보직을 파괴해 눈앞의 1승을 노리는 위험한 야구다. 이는 5강싸움이 한창인 승부처에서 한화에 독이 돼 돌아오고 있다. 대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올 시즌 한화야구는 ‘김성근표 도박야구’로 설명이 가능하다. 1점을 지키기 위해 다음날 선발로 예정된 투수를 끼워 넣고,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실점을 최소화한 뒤 역전을 노린다는 명목으로 필승계투조를 쏟아 붓는 야구다. 전반기에는 후자, 후반기에는 전자다. 김 감독은 9월 초 “우리는 매일이 도박”이라고 못 박았다. 공식적으로 ‘도박야구’를 선언한 것이다. 매 경기 필승계투조를 쏟아 붓는 ‘내일 없는 야구’를 넘어 선발과 구원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구잡이식 투수기용이 이어졌다.

선발요원 윤규진은 9월 9경기 중 8경기에 구원등판했다. 7일 대전 NC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팀의 방침에 따라 이후 6경기에 모두 구원등판했다. 외국인투수 파비오 카스티요, 이태양, 장민재도 보직에 관계없이 마운드에 오른다. 다음날 선발투수도 예외 없이 당겨쓰다 보니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김 감독은 “투수가 없다. 체력보다 의식이 중요하다”고만 했다.

물론 기회는 있었다. 8일 대전 kt전부터 13일 대구 삼성전까지 파죽의 5연승을 달렸다. 이 기간에 선발투수 방어율이 2.48에 불과했고, 퀄리티스타트(선발투수가 6이닝을 3자책점 이내로 막아내는 것)도 4차례 기록했다. 선발진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숨쉴 공간을 마련해줬다. 그러나 15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김 감독이 “남은 15경기에서 13승(2패)을 하겠다”고 공언한 뒤 1승4패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 기간 한화의 선발방어율은 7.04로 급격히 나빠졌다. 마구잡이식 운용에 투수들의 리듬이 깨졌다. 구위는 물론 볼끝도 무뎌졌다.

대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대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3-11로 완패한 20일 대전 LG전은 도박야구의 참혹한 결말을 보여준 한 단면이었다. 3-4로 추격한 7회, 카스티요와 윤규진을 내보냈지만, 무려 7점을 내주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2이닝 퍼펙트 피칭을 기록 중이던 심수창을 교체하기 무섭게 무너졌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한 야구인은 “심수창의 공이 워낙 좋아 LG 타자들이 전혀 못 치더라. 카스티요는 볼 끝이 무뎌진 데다 구종도 단조로워 공략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바꾼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마구잡이 운용의 슬픈 결말이었다. 결국 한화는 4연패 늪에 빠졌다. 2008년부터 9년째 B클래스(포스트시즌 진출 실패한 팀)를 벗어나지 못할 위기다.

스프링캠프부터 쉬지 않고 달려온 선수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이 상황에서도 계속된 야간 특별타격훈련(특타)과 추가훈련 탓에 쉴 시간이 전혀 없다. 20일에도 오후 1시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투수들은 언제 마운드에 오를지 몰라 혼란스럽다. 카스티요가 15일 불펜에서 몸을 풀다가 다음날(16일) 선발등판해 2.1이닝 6실점으로 무너진 것이 좋은 예다. 한 야구인은 “투수들의 리듬을 깨트리기 딱 좋은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이제 돌아올 자원도 없다는 것이다. 21일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한 김혁민이 22일 1군에 등록될 예정이지만, 현시점에서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김 감독은 “(김혁민은) 공이 높게 형성되는 것을 고쳐야 한다. 내년 전력이 돼야 한다”고 했다. 팔꿈치를 다친 송창식과 권혁, 종아리 근육이 손상된 이용규의 복귀시기도 불투명하다. 송창식과 이용규는 아직 일본 이지마치료원에서 재활 중이다. 권혁과 송창식이 건재할 때는 그나마 보직의 경계라도 있었지만, 그 ‘혹사’의 결과가 둘의 이탈이었다. 그 이후 계속된 도박야구가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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