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스포츠동아DB
-9월 최종예선 1·2차전 졸전에 ‘실수’, ‘실망’, ‘잘못’ 언급
-김신욱·김보경·권순태·홍철 등 K리거 4명 발탁…총 23명
“여론의 부정적 반응과 논란을 잘 안다. 나 역시 비판적 시각으로 되돌아봤다.”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26일 카타르전(10월 6일·수원)~이란전(10월 11일·테헤란)으로 이어질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4차전에 나설 23인의 태극전사 명단을 공개하며 남긴 한마디다.
엔트리 발표를 겸한 슈틸리케 감독의 기자회견이 진행된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은 취재진의 열기로 가득했다. 중국(1일·3-2 승), 시리아(6일·0-0 무)와의 최종예선 1·2차전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 까닭에 한국축구는 10월 여정에서도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안타까웠던 대목은 경기력이다. 시리아전에선 너나 할 것 없이 선수들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납득하기 어려웠던 엔트리 구성과 단조로웠던 벤치의 전략·전술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팀을 향해 날선 비판과 강한 지적이 쏟아졌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참패를 맛본 뒤인 2014년 하반기 한국축구의 소방수로 부임한 슈틸리케 감독도, 대한축구협회도 몹시 당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실수’, ‘실망’, ‘잘못’이란 단어를 입에 올렸다. 그것도 몇 차례나 반복해 눈길을 끌었다. “2년여 만에 처음 겪는 비난이다. 모두 우리의 잘못이다. 팬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겼다. 그리고 (9월 여정에서) 많은 실수를 범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밝힌 당시의 실수는 크게 3가지였다. ▲졸전에 대한 핑계 ▲교체카드 선택 미스 ▲적은 숫자의 엔트리 등이었다.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차전 직후 잔디를 언급했다. 그러나 결국 핑계거리를 찾는다는 인식을 줄 수 있음을 간과했다. 더욱이 경기 종료 10여분을 남기고 3번째 교체카드를 쓸 수 있었는데 놓쳤다. 판단 미스였다”며 “가장 큰 실수는 9월 소집 때 23인 전부를 선발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솔직히 (당시) 20명에 3명을 더한다고 경기력이 갑자기 좋아진다고 볼 수 없는데,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전반적 상황을 고려하면 엔트리 숫자에는 딱히 변화를 줄 여지가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선수활용이란 측면에선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았다는 점이다.
미흡하고 안일한 자세로 최종예선 첫 원정에 임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그래서인지 변화의 조짐이 다시 느껴진다. 물론 긍정적 의미다. 9월 대표팀 소집 명단과 비교해 6명이 빠졌고 8명의 얼굴이 바뀌었는데 김신욱, 김보경, 권순태(이상 전북현대), 홍철(수원삼성) 등 4명은 지난해 이후 모처럼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약간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실력을 끌어올려온 K리거의 숫자가 늘었다. 최전방부터 골키퍼까지 슈틸리케 감독 취임 이후 딱히 조명 받을 기회가 없었던 이들이 여러 명 합류하면서 다시 경쟁체제가 형성됐다.
혹독한 어려움을 겪은 터라 각오는 남다르다.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본선행의 마지노선으로 승점 22를 언급한 바 있다. 이를 이루기 위한 필수조건은 홈 5전승이다. 안방에서 카타르는 무조건 잡고, 이란 원정에선 승점을 꼭 추가해야 한다. 2연승도 좋지만 1승1무가 현실적 시나리오다.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 원정에서 우리는 승점 2를 잃었다.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야 했다. 부담이 커졌다. 더 많은 성원이 필요하다”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