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형은 김선행! 재능기부 아이콘으로

입력 2016-10-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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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선형은 올 8월 재능기부 농구 클리닉인 ‘모여라! No.5’를 열어 서울지역 초중고 선수들을 대상으로 직접 스킬트레이닝을 지도하며 나눔을 실천했다. 농구계에서 재능기부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그는 “내가 받은 것을 농구가 발전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웃었다. 사진제공|KBL

5. 남자프로농구 SK 김선형

사회봉사 계기 장애인시설과 인연
“이젠 시간 되는 대로 찾아가는 편”
‘모여라! No.5’ 재능기부로 이어져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는 옥중에서 ‘白日莫虛渡靑春不在來(백일막허도청춘부재래)’라는 글을 남겼다. 이 말은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의미다. 남자프로농구 SK의 간판스타 김선형(28)은 다시 오지 않을 청춘을 누구보다 충실히 보내고 있다. 농구선수로서 운동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시간을 쪼개 자신의 마음과 재능을 나누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가 농구계에서 ‘재능기부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이유다.

SK 김선형(오른쪽). 사진제공|KBL



● 생활이 된 봉사활동

김선형은 지난해 9월 2015∼2016시즌을 앞두고 큰 시련을 겪었다. 그는 대학 시절 불법 스포츠도박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농구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국민체육진흥법이 제정되기 전에 발생한 일이라, 검찰은 기소유예 판결을 내렸다. KBL은 출전정지 20경기와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동안 김선형은 경기 용인시 양지면에 위치한 장애인복지시설 ‘양지바른’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는 그의 인생에서 전환점이 됐다. 형식적 봉사활동이 아니었다. 매 순간 진심을 다했다. 김선형은 “처음 봉사활동을 하러 갔을 때 그곳(양지바른) 선생님들이 내가 왜 봉사를 하러 왔는지 알았기 때문에 그저 형식적인 것처럼 생각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진심을 다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보였는지 선생님들이나 장애인친구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선형은 120시간을 채운 뒤에도 꾸준히 봉사활동에 나섰고, 이제 양지바른의 식구들은 김선형과 SK 나이츠의 열성 팬이 됐다. 지난 시즌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 수상과 함께 받은 상금으로 컴퓨터 8대를 구입해 양지바른에 기증했다. 지금도 최소 2주에 한 번씩은 양지바른을 찾는다.

김선형은 “숙소랑 가까워서 시간이 되는대로 찾아가는 편이다. 원래는 점심시간 후에 오후 운동 전까지 낮잠을 자는 편이었는데, 도와드릴 일이 있거나 그곳 친구들이 보고 싶으면 낮잠을 안 자고 양지바른에 간다. 처음에는 낮잠이 익숙해서 피곤했는데, 지금은 적응돼서 괜찮다. 선생님들끼리 ‘오늘 (김)선형이 오나 안 오나’라는 내기를 하고는 하는데, 내기하는 그날 아니면 다음날 내가 간다고 하더라. 최근에는 이란(아시아 챌린지)에 가기 전에 다녀왔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챌린지가 우리나라에서 중계가 안 됐다고 들었는데, 선생님들이 중계 사이트를 어떻게 찾아서 보셨는지, 경기 끝나자마자 카톡방(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대화방)을 보면 선생님들이 ‘수고했다’며 메시지를 남겨주시기도 했다. 이제 양지바른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최고의 열성 팬이 됐다”며 웃었다.

SK 김선형. 사진제공|KBL



● 특별한 재능기부 ‘5번 모여라’

김선형은 재능기부에도 열성적이다. 8월 13일에는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모여라! No.5’라는 행사를 열었다. SK의 연고지 서울에 있는 남녀 초중고교 농구선수들 중 김선형과 같은 등번호 5를 단 선수들을 초청하는 농구 클리닉 행사다. 15명의 서울지역 초중고 농구선수들이 모였다.

김선형은 “친한 형과 재능기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일본의 한 축구선수가 연고지역 활성화를 위해 1년에 한 번씩 자신과 같은 등번호를 가진 중고생들을 초청해 밥을 함께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척 좋은 아이디어더라. 우리 프로농구는 연고 개념이 약하지 않나. 구단에 각 학교에 연락만 좀 해달라고 요청했고, 구단에서 흔쾌히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15명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스킬트레이닝을 한 뒤 서울 삼성동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함께했다. 당연히 김선형의 사비로 이뤄졌다.

김선형은 “유니폼은 달랐지만 전부 5번 유니폼이어서 신기하기도 했고,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서 내 기분도 좋았다. 데뷔 이후 매년 SK 유소년농구 클리닉을 다녀서인지 연령대별로 어떤 운동을 가르쳐야 할지 감이 잡히더라. 미국에서 내가 배웠던 스킬트레이닝 중 아이들이 배우면 좋을 것 같은 기술을 가르쳤다. 생각보다 훨씬 잘 따라 해서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좋은 번호(5번)를 달아서 그런가…, 하하. 아이들에게 앞으로 농구하면서 번호 바꾸지 말고 매년 함께하자고 약속했다. 그러면 나도 매년 이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아닌가. 이는 내가 농구를 해나가는 데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며 뿌듯해했다.

“농구를 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또 SK에 입단하면서 매년 미국에서 스킬트레이닝을 접하고 내 농구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받았다.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내가 받은 것을 농구가 발전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김선형의 청춘은 감사와 배려가 가득해서 더 아름답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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