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6-2017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사령탑들이 트로피를 앞에 두고 선전을 다짐했다. 모두 주목을 불끈 쥐었지만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맨왼쪽)만 재치 있게 팀을 상징하는 ‘OK’를 손가락으로 보여줬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대한항공 대세론은 견제구다?
KB손해보험 강성형 감독,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이 대한항공을 우승후보 1순위로 꼽았다.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과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그리고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답변을 유보했다. 결국 대한항공 이외의 팀은 호명되지 않은 셈.
언젠가부터 미디어데이에서 대한항공이 우승후보로 지목되는 것은 가장 안전한(?) 답이 됐다. 박 감독조차 “최고의 세터, 최고의 외국인선수, 최고의 공격수를 보유한 팀을 우승후보로 안 찍을 리가 있겠는가? 나라도 대한항공을 뽑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기면 당연한 전력이고, 지면 팀워크에 문제가 있는 팀’이라는 프레임은 대한항공이 매 시즌 마주하는 중대한 도전이다. 이런 현실에서 대한항공 대세론이 뜨는 것은 반갑기보다 부담에 가깝다. 박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팀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있다. 우리가 서두르지 않으면 된다”라고 평정심을 강조했다. ‘바깥에서 뭐라 하든지 대한항공의 플레이를 하자’는 의지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의외로 큰 판세 변화의 예감
한국전력 KB손해보험 우리카드 등 2015~2016시즌 봄 배구를 못한 팀들은 KOVO컵을 통해 전력 향상을 증명했다. 이 3팀의 외국인선수 파다르(우리카드) 우드리스(KB손해보험) 바로티(한국전력)는 저마다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지난시즌 V리그를 지배했던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은 각각 오레올과 시몬의 공백을 메우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그동안 배구팬들이 가지고 있었던 강팀과 약팀의 이미지가 흔들리는 시즌이 될 수 있는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그러나 결국 장기레이스인 V리그는 선수층의 활용, 감독의 시즌 플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공교롭게도 OK 저축은행,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등 전통적 강팀들은 시즌 승부처를 중반 이후에 두고 있다. 부상선수가 적지 않고(OK저축은행),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거나(현대캐피탈), 복귀 전력을 기다려야 하기(삼성화재) 때문이다.
반면 한국전력, KB손해보험, 우리카드 등 하위권 팀들은 패배의식을 털고 기세를 타기 위해 1라운드부터 총력전이 예상된다. 대한항공 박 감독은 “우승팀보다 우승 못할 팀을 맞추는 것이 더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