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상문 감독 “우리 선수들이 참 잘 했습니다”

입력 2016-10-26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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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양상문 감독.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LG 양상문 감독.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야구선수 중에 지고 싶은 선수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아무리 과정이 좋았어도 패배가 아쉽지 않은 감독은 없다. 25일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패한 뒤 만난 LG 양상문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잔뜩 충혈된 눈으로, 의자에 지친 몸을 쓰러지듯 맡기면서 “이길 수 있었는데…”라고 한 마디를 토해냈다.

양 감독은 아쉬워했지만 LG는 2016년을, 이 가을을 뜨겁게 만든 주인공이었다. 지난해 9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팀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탄탄한 전력으로 승승장구했다. 매 순간이 드라마였다. 5할 승률에서 마이너스 14까지 내려가며 하위권으로 처지는 듯 했지만 후반기 멋지게 반등하며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따냈다. 특히 KIA와 치열한 4, 5위 싸움에서 결정적 경기를 차례로 잡아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LG의 기적은 4강이 끝이 아니었다. KIA와의 와일드카드(WC) 결정전, 넥센과의 준PO를 극적으로 통과했다. NC와의 PO에서도 2패 뒤 3차전에서 반격에 성공하며 시리즈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비록 PO 4차전에서 패했지만 LG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준 투혼은 많은 야구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전문가들은 올 시즌 LG가 또 다시 하위권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전력만 두고 봤을 때 느낌표보단 물음표가 많았다. 부정적인 시선 속에서도 양 감독만은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양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단지 표출하지 못했을 뿐 잠재력이 많았다”며 “이전(롯데)에 한 번 해봤기 때문에 내 결정을 의심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분명히 잘 할 수 있는 선수들이었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의 뚝심 덕분에 LG는 올해 얻은 수확이 많다. 가장 큰 열매는 채은성 유강남 문선재 양석환 안익훈 이천웅 김지용 임정우 등 앞으로 팀의 10년을 책임질 젊은 선수들이다. 이들은 올해 1군에서 경험을 쌓았을 뿐 아니라 가을야구 무대까지 밟으면서 한층 성숙했다. 그 ‘경험’은 선수들에게 앞으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자산이 될 것이다. 양 감독도 “올해 우리 선수들이 참 잘 했다”며 칭찬하고는 “경기를 치르면서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 PO에서는 선수들이 너무 지쳐서 방망이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워줬다”고 흐뭇해했다.

LG는 2016년을 통해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팀이 됐다. 양 감독도 전쟁이 끝나자마자 ‘다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 감독은 “11월 1일부터는 일본으로 넘어가 마무리훈련을 할 예정”이라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선수들을 두루 살펴보겠다. 투수를 좀더 강하게 만들고 우리 팀에 부족한 장타력을 지닌 해결사를 발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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