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 스포츠동아DB
-우즈벡전 23명 엔트리 고려시 내부경쟁 필수
-소집 명단 25명 중에선 해외 16명, 국내 9명
-특정권역, 특정팀 쏠림 현상 뚜렷…전북 6명
-전력분석관 차두리, 코칭스태프-선수단 가교
‘운명의 한판’이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 홈경기를 앞두고 있다. 2승1무1패(승점 7), A조 3위로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국으로선 무조건 승점 3이 필요한 승부다.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은 3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캐나다와의 평가전(11일·천안)과 우즈벡전에 나설 25명의 11월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엔트리 한도보다 적은 선수를 뽑은 적은 있어도 이처럼 더 많은 인원을 선발한 것은 처음이다. 우즈벡전에는 23명만 등록할 수 있어 추후 2명을 제외해야 한다. 그만큼 작금의 대표팀 상황이 다급하다는 현실인식이 내포된 명단으로 볼 수 있다.
● 수비 고민
25명 중 9명이 수비수다. 그리고 9명 중 5명이 풀백 자원이다. 측면 수비는 최종예선 들어 대표팀의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한 취약 포지션이다. 부상 등 돌발상황에 대비한 예비 명단(6명)에 뽑힌 오재석(26·감바 오사카)을 포함하면 6명까지 늘어난다. 특히 박주호(29·도르트문트), 윤석영(26·브뢴뷔)의 합류가 가장 눈에 띈다. 왼쪽 수비에 특화된 둘은 기존 멤버 홍철(26·수원삼성)과 경합해야 한다. 핵심은 ‘내부경쟁’이다. 캐나다전을 마친 뒤 25명에서 23명으로 추릴 때, 3명 중 누군가는 빠져야 할 가능성이 높다. 슈틸리케 감독은 “(승패 부담이 없는) 캐나다전에서 박주호와 윤석영을 전·후반 45분씩 기용해 비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오른쪽은 김창수(31)와 최철순(29·이상 전북현대)이 책임진다. 최종예선 들어 거듭된 부진으로 인해 비난을 받은 ‘멀티 플레이어’ 장현수(25·광저우 푸리)도 본래 포지션(수비형 미드필더·중앙수비수)으로 돌아갈 공산이 높다. 그렇다고 중앙수비진이 안정감을 주는 것도 아니다. 중국 무대로 떠나면 많은 돈이 따르지만 실력이 저하된다는 ‘중국화 논란’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베테랑 곽태휘(35·FC서울)를 제외한 센터백 전원이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중국 슈퍼리그의 한 유력 관계자는 “한국 수비는 슈퍼리거가 대부분”이라며 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 편중 현상
16명과 9명. 대표팀 내 해외파와 국내파의 숫자다. 언제나 그랬듯 해외파가 많고, K리거는 상대적으로 적다. 또 그 속을 들여다보면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먼저 해외파의 경우 유럽권과 아시아권이 정확히 반반인데, 거기에서도 특정국가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많다. 아시아권에선 중국파가 4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 J리그와 카타르 스타스리그 소속이 2명씩이다. 유럽파는 이청용(28·크리스털 팰리스), 기성용(27·스완지시티), 손흥민(24·토트넘)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 출신이 각기 3명씩이다.
국내파 역시 한쪽으로 무게가 기운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을 주도해온 전북이 가장 많은 태극전사들을 배출했다. 골키퍼 권순태(32)부터 최전방 공격수 김신욱(28)까지 전 포지션에 걸쳐 6명이 포함됐다.
● 전력분석관
11월 대표팀의 또 다른 관심사는 전력분석관으로 선임된 차두리(36)의 역할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B급 라이선스를 지닌 차두리가 지도자로서 첫 걸음을 뗀다. 다만 활동영역에는 한계가 있다. 직함과 달리 상대 전력을 분석하거나 전술적 부분을 조언하기보다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에 초점이 맞춰진다.
“내 방문은 늘 열려있다”는 슈틸리케 감독이지만, A매치 기자회견에서 종종 나오는 그의 발언은 선수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곤 한다. 졸전 속에 0-1로 패한 10월 이란 원정경기 직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이 점을 주목해 차두리의 코칭스태프 합류를 제안했고, 슈틸리케 감독이 받아들이면서 다소 묘한 형태의 직함이 탄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는 최근 현역에서 은퇴했다. 선수에 더 가까운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선수들이 내게 말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차두리에게는 쉽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과의 교감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