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화수분 야구’의 저력을 찾아서<하>

입력 2016-11-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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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화수분 야구의 ‘농장(farm)’은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다. 2015년 완공돼 최신식 시설을 자랑한다. 육성의 시대에 두산의 인프라가 남다르다고 볼 순 없다. 결국 무엇을 지향하느냐가 관건이다. 베어스파크의 2군 운영 노하우를 실무 책임자인 김정균 운영 2팀장을 통해 들어봤다.


● 자유로움이 성장의 자양분

바깥에서 흔히 2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달리 두산의 육성은 정밀한 프로그램이나 혹독한 트레이닝에 방점이 찍히지 않는다. “선수들의 정서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무조건 야구만 하는 곳이 되어선 안 된다. 선수들이 야구 이외의 스트레스 없이 야구에 전념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김 팀장은 지향점을 말했다. 일례로 베어스파크는 1인1실이다. 청소와 빨래를 해주는 아줌마도 따로 둔다. 휴일도 보장돼 있고, 야간훈련의 방식도 자유다. “혼자 하겠습니다”라고 말만 하면 코치들도 건드리지 않는다. 투구폼, 타격폼 교정 타령은 두산에서 드문 얘기다. 김 팀장은 “선수가 정신적으로 안 지치는 것이 중요하다. 2군이 아무리 시설 좋고, 잘해줘도 1군에 못 올라가는 자체가 선수들한테 스트레스다. 코치들은 가르치는 것보다 선수의 의욕을 안 떨어뜨리는 것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베어스파크.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 베어스파크는 힐링캠프다

2군 선수들은 아무리 잘해도 1군에서 자리가 나야 올라갈 수 있다. 신인인데 1군에 승격했던 고봉재처럼 투수는 그나마 기회가 일찍 올 수 있다. 그러나 야수는 하염없을 수 있다. 2016년 두산 우승 주역 박건우도 김현수(볼티모어)가 떠날 때까지 긴 기다림을 견뎠다.

주전 경쟁이 치열한 두산의 속성상, 한 번 2군에 떨어지면 정신적 박탈감이 엄청날 수 있다. 남 탓하기 딱 좋다. 실제 안 되는 팀들을 보면 2군은 ‘루저들의 집합소’로 분위기가 침체된다. 그러나 두산은 좀 다르다. 2016시즌 홍성흔, 에반스, 국해성 등이 2군에 내려간 적이 있었지만 처지지 않았다. 특히 외국인선수에게 2군행은 퇴출경고나 다름없다. 그러나 2군에 와서 에반스는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2군 코칭스태프는 물론 홍성흔, 김인태 등이 에반스의 심리 치유를 도왔다. 에반스는 “1군에서는 코치 이외의 바깥 전문가들까지 나의 타격폼을 지적했다. 솔직히 다 맞는 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에반스에게 절실한 것은 기술적 조언이 아니라 믿음이었다. 공필성 2군 감독은 “남에게 보여주는 야구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야구를 해라”고 조언했다. 공감을 얻고, 1군으로 돌아간 에반스는 두산 우승의 핵심전력으로 거듭났다.


● 신인선수는 체력 그리고 체격

김 팀장은 “요즘 신인들은 체력적인 면에서 시즌을 못 버틴다”고 말했다. 최근 두산은 상위 픽 신인들의 부상 재활이 많아 고민이다. 결국 베어스파크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환경이다. 두산 2군 트레이닝 파트는 집중적으로 체력 훈련을 시키고, 개인별 프로그램을 짜준다. 일단 힘이 생겨야 기술도 향상된다는 생각이다.

베어스파크의 밥은 맛있기로 유명한데 이천 쌀이 유명한 덕분이다. 체력 강화를 위해 단백질 위주의 고기 식단이 짜여진다. 외주 외식업체가 식단을 책임지는데 ‘팬심으로 밥을 짓는다’고 김 팀장은 소개했다. 김 팀장은 “‘내가 좋아하는 선수 밥 먹인다’는 엄마의 마음”이라고 정성을 강조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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