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KIA와 필의 이별, 마지막 배려

입력 2016-11-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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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렛 필.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가 ‘효자 용병’이라고 불리던 브렛 필(32)과 3년간의 동행을 끝냈다. 필의 재계약과 관련해 논란도 많았지만, KIA는 필을 완전한 ‘자유의 몸’으로 풀어줘 마지막 예우를 했다.

KIA는 25일 KBO에 제출한 보류선수 명단에서 내야수 필과 투수 지크 스프루일(27)을 제외했다. 보류선수 명단 제외는 재계약 의사를 통보하지 않는 것으로 완전한 작별을 의미한다. 동시에 필은 나머지 KBO리그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이 가능한 신분이 됐다.

지크.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필·지크와 결별, 포지션 중복 피하고 더 높은 곳으로!

사실 KIA는 올해 에이스로 자리한 헥터 노에시(29)와 재계약 방침을 일찌감치 굳히고, 나머지 두 외인에 대해서는 교체를 검토해왔다. 지크는 10승을 올렸지만, 13패 방어율 5.27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150㎞에 이르는 강속구 등 가진 능력에 비해 기복이 심해 교체가 결정됐다. 무엇보다 ‘대권 도전’을 위해선 더욱 강력한 투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구단은 현재 수준급 좌완 선발투수를 물색 중이다.

지크와 달리 필에 대해선 고민이 계속 됐다. 최형우 영입전에 나섰던 FA(프리에이전트) 시장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했다. 필은 1루수라는 포지션이 문제였다. 현장에서는 김주형·서동욱 등과 포지션 중복을 우려해 필 대신 외야수를 요청했으나, 구단으로선 괜찮은 선수 영입이 힘들다면 준수한 활약을 이어온 필 카드를 그대로 쥐고 갈 수밖에 없었다.

필은 외국인타자가 제도화된 2014시즌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367경기서 타율 0.316·61홈런·253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타율 0.313·20홈런·86타점으로 지난해(타율 0.325·22홈런·101타점)보다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20홈런이 가능한 타자지만, 1루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었다. 1루수 실책 1위(13개)로 수비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타자 중 상위권의 성적을 보였지만, ‘임팩트’는 부족했다. 그러나 필은 한국어를 공부해 팀 동료들과 융화되는 등 좋은 태도로 인품 면에선 높은 평가를 받았다. 두 딸을 모두 광주에서 출산하는 등 한국 생활을 만족해했다. 팬들도 이런 필의 재계약을 두고 논쟁을 벌여왔다.

브렛 필(오른쪽). 스포츠동아DB



● 3년 함께 한 필에 대한 예의, ‘앞길 열어줘야’

KIA는 외국인타자 영입 후보군을 검토하면서 필과 이별하기로 결심했다. 구단 관계자는 이번 주 필과 재계약이 힘들어졌다는 의견을 전하면서 “보류선수 명단 제출 때 필의 이름은 없을 것이다. 새 외국인타자 영입이 늦어진다고 보류선수 명단에 넣고 계속 잰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건 3년간 함께 한 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필이 빨리 새 진로를 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굳이 25일 필과 지크의 명단 제외를 발표한 이유다.

상당수 팀이 11월25일 보류선수 명단 제출 때 ‘보험용’으로 선수 이름을 올리곤 한다. 새 외국인선수 계약이 여의치 않을 경우, 기존 선수와 계약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류선수 명단에 넣고 재계약 통보(해당 연도 보너스와 연봉을 합친 금액의 최소 75% 이상)를 할 경우, 구단은 해당 선수에 대한 보류권을 5년간 갖게 된다.

과거 보류권 조항은 외국인선수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했다. 계약 의사가 없음에도 일단 보류선수 명단 포함과 재계약 통보만 하는 것이다. 일부 ‘괘씸죄’에 걸린 선수들을 묶는 방법이 되기도 했지만, 다른 구단으로 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걸 막는 수단이 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KIA는 필이 자유롭게 새 팀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최근 들어 대부분의 구단은 보류권을 가진 외국인선수들에 대해 타구단의 요청이 들어오면 풀어주고 있다. ‘상생’을 위한 관례로 자리한 것이다.

KIA는 더 높은 곳을 위해 필과의 이별을 선택했다. 역사상 첫 100억원 FA 최형우 영입에 이어 강력한 새 외국인선수들을 찾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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