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한 발짝 가까워진 꿈 때문일까. 연말을 맞는 그의 표정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야구계 최고의 축제라 불리는 2017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정확히 석달 앞으로 다가왔다. 본격적인 개막 카운트가 작동하면서 이를 맞이하는 전 세계 야구대표팀들의 준비도 분주하다. 한국 역시 대표팀 최종엔트리를 일찌감치 확정지으며 WBC 체제를 가동시켰다.
그러나 준비가 순조롭지만은 않다. 일부 선수의 부상과 사건사고로 엔트리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조심스레 지켜보는 이가 있다. 두산 좌완투수 유희관(30)이다.
유희관은 그간 WBC는 물론 국제무대와는 인연이 없었다. 2013년부터 올 시즌까지 4년 연속 10승을 거두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으로 이름 날렸지만 대표팀에선 늘 고배를 마셨다. 그의 주무기이기도 한 시속 130㎞대 느린 직구가 국제무대에선 통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발목을 잡았다.
이번 WBC 대표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변수가 하나 생겼다. SK 좌완투수 김광현(28)이 팔꿈치 수술을 받아야하는 입장이라 유희관의 승선에 희망이 깃든 것이다. KBO 역시 1일 WBC 조직위원회에 제출한 50인 예비엔트리에 그의 이름을 올린 상태다.
그렇다면 당사자의 현재 심정은 어떨까. 유희관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의 팬페스트에서 조심스레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예비엔트리에 뽑힌 점만으로도 기쁘지만, 아직은 ‘예비’인만큼 자세한 소감을 밝히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진짜 속마음이 궁금해 하루 뒤 다시 연락을 취했다. 이에 유희관은 ‘희망’이란 단어로 속내를 대신했다. 그는 “결과를 떠나 올 겨울을 앞두고 희망과 책임감이 동시에 생겼다”며 “국가대표팀에 뽑히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굴뚝같다. 전 세계 타자들을 고루 상대해보고 싶다”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그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WBC는 유희관이 놓치고 싶지 않은 최고 무대다. 자신을 둘러싼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일본과도 싸우고 싶지만, 진짜 만나보고 싶은 나라는 중남미 국가들이다. 파워를 지닌 타자들을 상대로 내 느린공이 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특유의 넉살도 빼놓지 않았다. 과연 ‘느림의 미학’을 WBC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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