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표정으로 ‘북런던 더비’를 지휘한 토트넘의 이고르 투도르 임시감독은 경기 후 강하게 분노했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심각한 표정으로 ‘북런던 더비’를 지휘한 토트넘의 이고르 투도르 임시감독은 경기 후 강하게 분노했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아스널은 빅토르 요케레스와 에베리치 에제가 나란히 멀티골을 뽑는 데 힘입어 토트넘을 4-1로 완파했다. 사진출처|아스널 페이스북

아스널은 빅토르 요케레스와 에베리치 에제가 나란히 멀티골을 뽑는 데 힘입어 토트넘을 4-1로 완파했다. 사진출처|아스널 페이스북

[스포츠동아 남장현 기자] 정말 강등을 원하는 듯 하다. 손흥민(LAFC)이 10년간 몸담은 동안 항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빅6’로 분류됐던 토트넘이 강등 위기라는 절망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토트넘은 23일(한국시간)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서 열린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 2025~2026시즌 EPL 27라운드 홈경기서 1-4 대패했다. 5경기 연속무패(3승2무)를 질주한 선두 아스널은 승점 61로 2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56)와 격차를 유지하며 22년 만의 리그 우승 레이스를 이어간 반면 토트넘은 9경기 무승(4무5패)의 수렁에 빠졌다.

그나마 승점 29로 16위는 지켰으나 챔피언십(2부) 강등 위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강등권 최상단인 18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승점 29)와 격차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에베리치 에제에 선제골을 내주자마자 랑달 콜로 무아니가 전반 34분 동점골을 터트렸으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빅토르 요케레스에게 결승골을 헌납했고, 후반 16분엔 에제에게 쐐기골까지 얻어맞았다. 경기 종료 직전에도 요케레스에게 추가 실점해 3골차로 무너졌다. 토트넘은 후반 8분 무아니의 골이 수비수 반칙으로 취소됐고, 후반 39분 히샬리송의 슛이 골라인을 넘기 직전 아스널 골키퍼 다비드 라야에 걸린 것이 뼈아팠다.

이날 경기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토마스 프랑크 감독의 후임인 이고르 투도르 임시 감독의 데뷔전이었다. 짙은색 코트와 바지를 입고 회색 수염을 기른 그는 지휘봉을 잡고 ‘북런던 더비’에 앞서 약 열흘 가량의 재정비 기간이 주어졌으나 팀을 바꾸는데는 역부족이었다.

투도르 감독은 노력할만큼 했다. 단합을 위해 조촐한 회식자리도 마련했고, 선수들에게 짧은 휴가를 주며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절망이었다. 그는 터치라인서 큰 동작으로 선수들의 전진을 주문하고, 강하게 외치며 독려했지만 선수들은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영국 대중지 더선은 “투도르 감독이 분노하는 모습이 목격됐고, 선수들은 이를 무시하는 듯 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투도르 감독의 가장 많은 분노를 산 선수는 최근 징계 중인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찬 미키 판더 펜이다.

과거 유벤투스(이탈리아)와 마르세유(프랑스) 등을 이끈 크로아티아 출신 전술가인 투도르 감독은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강조하는 지도자다. 이날 토트넘은 주앙 팔리냐와 라두 드라구신, 판더 펜에게 스리백을 맡겼는데 벤치에선 수비수들에게 격렬한 공격을 꾸준히 요구했다.

그러나 투도르 감독의 애절한 외침에도 선수들은 반응하지 않앗다. 경기 후 통계는 토트넘 선수들이 상대 문전으로 거의 들어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아스널 지역에서 토트넘의 볼 터치는 고작 9회에 불과했다. 특히 판더 펜은 하프라인을 거의 넘어가지 않았고, 히트맵 상에선 대부분 박스 가장자리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투도르 감독의 분노는 기자회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팀이 ‘나쁜 습관’을 버리고 ‘더 진지해져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 그는 “이 팀이 처한 진실을 알게 됐다. 좋지 않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생존을 자신하나 정신적인 부분부터 바꿔야 한다. 몸도 잘 준비돼야 하나 멘탈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강조한 부분은 투쟁심이다. “우리 선수들은 이기려 했으나 아스널은 더 강한 힘과 에너지를 가졌고 큰 신념을 가졌다. 그게 핵심이다. 정말 화가나고 슬프다”던 투도르 감독은 “이 팀의 목표는 무엇인지, 코치들과 선수들, 구단 스태프들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각자 거울을 보며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