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스타] LG 유강남 “정상호 선배와 라이벌? 든든한 조력자”

입력 2017-01-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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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포수 유강남은 향후 팀의 10년을 책임질 안방마님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전 자리를 두고 베테랑 정상호와 경쟁 중이지만, 오히려 선배의 존재가 그에겐 든든하기만 하다. 스포츠동아DB

‘정유년’, 붉은 닭띠의 해에 힘껏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예비스타들이 있다. 이제 막 재능의 꽃을 피워낸 여린 꽃송이지만 앞으로 KBO리그를 대표할 재목으로 꽃잎을 활짝 펼칠 라이징 스타들. 이들의 희망찬 날갯짓을 스포츠동아가 집중조명해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지난해 정상호(35)와 함께 LG 안방을 든든히 지킨 유강남(25)이다. 그는 앞으로 쌍둥이구단의 10년을 책임질 인재라는 말에 “아직 멀었다”며 손사래 쳤지만 “기대에 보답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실력을 갈고 닦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LG 유강남. 스포츠동아DB



● “장비 멋있어 시작한 포수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

-정유년이 밝았다. 새해는 잘 보냈나.


“1월 1일 집 근처에 있는 뒷산에 올라갔다. 매년 올라가는 산인데 올해는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 지난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한 시즌을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이 더 많다. 올해는 남이 아닌 내 스스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자고 생각했다.”


-본인은 아쉽다고 하지만 2016년은 유강남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렸다.

“난 별 볼 일 없는 선수였다. 내 자신을 알고, 내 위치를 아니까 좀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 뭐든지 부딪히려고 했다. 아직 멀었지만 팀을 위해, 내 자신을 위해 열심히 한 것만큼은 자신이 있다. 노력한 게 복(福)으로 돌아와 기쁘다.”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홈런을 칠 줄 아는 포수(8홈런·47타점)이기 때문이다. 포수의 제1덕목은 수비지만 현대야구에서는 포수도 잘 쳐야한다. 그런 부분에서 가능성이 높다.

“솔직히 홈런은 그냥 쳤던 것 같다. 운 좋게 잘 맞은 정타가 홈런이 된 것이지, 홈런을 노리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득점권에서 강한 것도 어느 타자나 그런 상황에서는 집중하게 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 것뿐이다. 그래도 포수가 잘 쳐야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어렸을 때는 포수는 무조건 수비가 먼저고, 수비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수비만 잘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중요한 상황에서 확률 있게 타격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야구는 어떻게 시작했나.

“부모님 영향이 컸다. 아버지가 고등학교 때까지 하시다가 대학교 때 그만둬서 야구를 하고 싶은 바람이 나에게 넘어온 게 아닌가 싶다. 초등학교 3, 4학년 때 처음으로 야구를 했는데 잘 쳤다. 치면 담장을 넘겨서 그걸 계기로 야구를 시작했다.”


-포수는 언제부터 했나

“처음에는 좌익수로 시작했는데 덩치가 커서 5학년 때 1루수와 포수를 함께 봤다. 6학년 때는 포수인데 경기에 뛰려고 1루수를 했고, 중학교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포수를 본격적으로 한 건 고등학교 때부터다.”


-방망이를 잘 쳤다고 하는데 왜 포수를 선택했나.

“처음에는 포수 장비 입은 모습이 멋있었다. 그런데 하다보니까 매력 있었다. 물론 힘들긴 하다. 경기가 끝나면 골반에 통증이 심해 운전이 힘들 때도 있다. 그래도 포수를 해본 걸 후회한 적은 없다. 그만큼 재미있다.”


-포수의 매력이 뭔가.

“중독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포수는 포수들만이 아는 희열이 있다. 내가 사인을 내서 삼진을 잡았을 때나 위기상황을 막았을 때 순간 기분이 최고다. 세리머니를 할 수 없는 포지션이라 티는 못 내지만 속으로 좋아한다.(웃음) 결과가 안 나오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도 나중에 동기부여가 되고 공부도 되니까 다 좋다.”

LG 유강남. 사진제공|LG 트윈스



● “강한 멘탈로 변모…독기를 품었다”

-2011년 LG 2차 7번으로 입단하면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신인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2차 7라운드면 전체 50번째다. 유망주로 입단한 것도 아니었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무조건 내 할 것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열심히 훈련했더니 갑자기 미국 플로리다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캠프에 가서도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했는데 용기를 내서 한 마디씩 하다보니까 점점 파이팅이 커졌다.”


-그 덕분인지 입단 첫 해 1군에 등록됐다.

“9월 23일 넥센전이었을 것이다. 1군에 올라가서 한 달간 머물렀다. 그때 1군 야구가 뭔지 처음 알게 됐다. 1군 생활이 정말 좋아서 그때부터 계속 1군에 오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런데 막상 기회가 왔을 때 잘 못했다.”


-왜 그랬나.

“2011년에 김기태 감독님(현 KIA)이 2군 감독님이셨다. 2012년 1군 감독으로 부임하시고, 개막전 엔트리에 날 넣어주셨는데 내가 못했다. 마음에 상처가 될 만큼 실수투성이었던 데뷔전을 치르고 2군에 내려갔다. 후반기 다시 1군에 올라왔는데 그날 대수비로 나갔다가 나 때문에 팀이 졌다. 1군 등록 하루 만에 2군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 정말 힘들었다. 결국 시즌이 끝나고 군에 입단했다.”


-전역 전과 후 유강남은 다른 선수였다. 상무에서 뭐가 달라졌나.

“가장 많이 변한 건 역시 멘탈이었다. 사실 군 입대 직후에 중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다가 팔꿈치가 아팠다. 결국 그 해는 지명타자로서만 뛰고 이듬해 수술을 했다. 그때 LG가 가을야구를 했는데 그 모습을 TV중계로 보면서 ‘전역하면 저 자리에 뛰겠다’고 매일 생각했다. 숙소에서도 보강훈련을 하면서 독기를 품었다.”


-그 덕분인가. 전역 이후 2015년 두각을 드러냈다.

“2015시즌은 사실 마음이 편했다. 그때는 안타 하나, 홈런 하나만 쳐도 개인 커리어하이였다. 그런데 2016년 생각이 많아졌다. 2015년을 뛰어넘으려고 하다가 실패했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느꼈다.”

LG 유강남-정상호(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정상호 선배와의 동거? 든든하다”

-LG는 정상호와 유강남 2인 포수체제를 구축했다. 정상호는 어떤 선배인가.


“정상호 선배님은 존재 자체로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시지 않나. 포스트시즌에 선배님이 하는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조언도 잘 해주신다. 와일드카드결정전(1차전 KIA에 패)이 끝나고 ‘괜찮다’고 위로해주시고, 세세한 부분을 짚어주셨다. 비단 포스트시즌뿐만 아니다. 정규시즌에도 내가 안 좋으면 따로 불러서 ‘이런 점은 좋았는데 이런 부분은 아쉬웠다’고 말씀을 해주신다. 정말 든든하다.”


-그래도 지난 시즌은 유강남이 100경기를 뛰면서 사실상 주전포수였다.

“내가 주전포수라고 하기에는 솔직히 쑥스럽다. 2015년도 그렇고 지난해도 그렇고 진짜 풀타임을 뛴 게 아니지 않나. 지금 당장 뭔가를 이루겠다는 욕심은 없다. 김정민 (배터리) 코치님이 ‘진정한 포수가 되려면 최소 5년을 바라보고 이 안에 정말 열심히 해서 경험을 쌓아야한다. 큰 경기도 많이 뛰어봐야 야구를 보는 눈이 생긴다’고 조언해주셨다. 아직까지는 부족하지만 좋은 포수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향해 묵묵히 노력하고, 야구만 신경 쓰려고 한다.”


-겨우내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새로운 마음과 몸으로 한 해를 시작하려고 체중을 6㎏ 감량했다. 포수는 무릎이 중요하기도 하고, 시즌 동안 계속 살이 쪄서 빼기로 결정했다. 항상 체중관리에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식이요법도 하면서 몸무게를 유지하려고 한다.”


-시즌 목표는 뭔가.

“아까도 말했지만 5년간은 구체적인 목표는 안 세우려고 한다. 앞으로 부상 없이 꾸준히 경기에 가고 싶다. 진정한 포수가 되기 위해 한 계단씩 밟아갈 생각이다.


● LG 유강남

▲1992년 7월 15일
▲182㎝, 88㎏

▲출신교=청원초~휘문중~서울고

▲프로 경력=2011 LG 입단~2013년 상무~2015년 LG

▲2016시즌 성적=타율 0.266(263타수 70안타), 8홈런, 28득점, 47타점)

▲2016시즌 연봉=8100만원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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