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네소타 박병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메이저리그 구단은 극한의 합리성을 지향한다. ‘그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천문학적 금액의 투자를 머뭇거리지 않는다. 반면 ‘아니라’고 계산이 서면, 냉철하게 미련을 접는다. 쉽게 말해 ‘매몰비용’ 처리가 비교적 간단하다.
미네소타의 4일(한국시간) 박병호(31) 지명양도 조치는 그의 향후 몸값(3년 연봉 875만 달러, 4년째 구단 바이아웃 50만 달러)을 고려하면 타이밍 상, 전격적 조치다. 아무리 2016시즌 박병호가 못했더라도(메이저리그 타율 0.191) 고작 1시즌만 써본 직후였다. 게다가 박병호를 데려오기 위해 미네소타가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에 지급한 포스팅비용은 1285만 달러에 달한다.
그렇기에 지명양도 조치라는 현실 자체보다 미네소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미네소타의 전략적 포석’인지, ‘미네소타의 전력 외 통보’ 중 어느 쪽인지에 따라 박병호의 미래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미네소타 지역지 ‘미네소타 스타트리뷴’은 이에 관해 ‘미네소타가 아직 박병호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보도를 했다.
기사가 나온 시점인 11일은 미네소타가 박병호의 신분을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 로체스터 소속으로 옮긴(10일) 직후여서 의미가 있다. 인터뷰에서 박병호는 “데릭 팔비 미네소타 단장이 나를 불러 팀의 결정에 관해 설명했다. ‘언론에서 나오는 말들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 여전히 네가 팀의 밑그림에 포함돼 있다. 스프링캠프를 잘 치르기를 바란다’고 일러줬다”고 말했다.
즉, 이를 토대로 상황을 종합하면 미네소타가 박병호의 40인 로스터 제외를 한 것은 쓸모가 없어서가 아니라, 팀의 현실에서 가장 다른 팀에 뺏길 확률이 적은 자원으로 봤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지명양도 조치까지 간 것은 자존심 상할 일이고, 박병호가 못한 탓이겠지만 초청선수로 참가하는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자 케니스 바르가스보다 인상적 활약을 보여준다면 25인 개막 로스터 진입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초청선수로서 미네소타의 플로리다 캠프에 참가하는 모양새는 별로겠지만 경쟁이라는 본질은 변함없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바르가스도 못 이기면 박병호가 메이저리거로서 생존할 수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한다.
미네소타가 박병호를 쉽게 처분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이제 기회는 스스로 잡아내야 한다. 박병호 역시 “내가 택한 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꿈이 있다”는 다짐으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드러냈다. 박병호의 반격 루트는 단순하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강속구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이번에도 강속구에 타이밍을 맞추고 적응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는 말에서 묻어나듯, 박병호는 무엇을 할지를 알고 있다.
박병호는 12일 미국 ESPN이 선정한 ‘주목할만한 스프링캠프 초청선수’로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최지만(뉴욕 양키스) 등과 함께 거론됐다. 잠재력만큼은 여전히 관심대상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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