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원정 0-0’ 한국,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초조한 90분 되돌아보기

입력 2017-09-06 03: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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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한국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9월 6일(한국시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끝난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에서 0-0으로 비겨 조 2위를 수성했다.

그 뒤에는 일찌감치 월드컵 티켓을 거머쥔 1위 이란의 도움이 있었다. 테헤란 홈경기에서 시리아에 0-1로 끌려간 이란이 2-2로 비겨주면서 한국에 통 큰 선물을 안겨줬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꾸준히 월드컵 본선을 밟은 한국은 이로써 통산 10번째 월드컵에 도전하게 됐다.

쉽지 않았다. 부담은 컸다. 9차전까지 4승2무3패(승점 14)로 월드컵 직행의 마지노선인 조 2위를 지키고 있었으나 언제든지 순위가 내려앉을 수 있었다. 아시아 플레이오프(PO, 9월)~대륙간PO(11월)를 거쳐야 하는 3위는 물론, 아예 패자부활의 기회조차 없는 4위가 될 가능성도 존재했다.

3승3무3패(승점 12)의 시리아는 우즈베키스탄과 승점 동률이었으나 골 득실(시리아 +1, 우즈베키스탄 -1)에서 앞서 3위에 올라 있었다. 동시 킥오프된 이란과의 원정경기에 나선 시리아가 이기고, 우리가 비기면 골 득실차로 3위로 떨어지고 지면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이렇듯 복잡하고 다양한 시나리오. 그런데 해법은 아주 간단했다. 승리하면 모든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대표팀은 3명의 센터 백을 포진시켰다. 장현수(FC도쿄)를 중심으로 좌우에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김민재(전북현대)를 배치했다. 김민우(수원삼성)~고요한(FC서울)에게 날개를 맡겼고, 권창훈(디종)~정우영(충칭 리판)이 중원을 책임졌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근호(강원FC)는 원 톱 황희찬(잘츠부르크)을 도왔다. 3-4-3 포메이션이지만 장현수가 중앙으로 전진하면 포백으로 바뀌는 변형 쓰리 백이었다.

출발은 좋았다. 전반 1분 상대진영 왼쪽 측면에서 스로인한 볼을 받은 황희찬이 과감하게 슛을 날렸다. 크로스바를 맞았으나 3만5000여 홈 팬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후부터는 일진일퇴 공방전.

이 때 테헤란에서 기분 나쁜 소식이 들려왔다. 전반 13분 시리아가 먼저 득점했다. 사실상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한 이란은 오랜 내전의 상흔으로 얼룩진 자국민들에게 희망의 선물을 안기려는 시리아의 전진을 막지 못했다. 최종예선 내내 무실점을 내달린 이란이 처음으로 실점, 그것도 선취 골을 내줬다. 안방이라 충격은 배가 됐다.

이대로라면 우리의 3위 추락이 불가피했다. 무게중심을 내릴 이유가 사라졌다. 부상이 우려된 강한 충돌이 쉼 없이 벌어졌다. 전반 37분 정우영이 옐로카드를 받을 때, 격앙된 양쪽 벤치의 신경전이 빚어지기도 했다. 결국 전반 종료 1분여를 앞두고 장현수가 부상으로 아웃됐고,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투입됐다.

우즈베키스탄 응원단이 자국의 승리를 기원하는 피켓을 들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수비수 부상으로 공격카드 1장을 잃어버려 빈공에 그친 8월 31일 이란과의 홈 9차전이 오버랩됐다. 장현수 시프트’의 종료와 함께 더욱 불편한 흐름에 빠져드는 순간. 손흥민이 날린 슛이 골대를 맞혔고, 거의 동시에 이란의 동점골 소식이 날아들었다. 하프타임까지 우리는 2위를 지켰고 우즈베키스탄 역시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긴장감 속에 재개된 후반전. 더 이상의 탐색전은 사라졌다. 4-2-3-1 포메이션으로 굳힌 한국은 이근호의 적극적인 돌파로 활로 개척을 시도했다. 상대도 ‘선 수비-후 역습’이 아니었다. 과감하게 전진하며 맞불을 놓았다.

9월 4일 경기 전 공식기자회견에서 우즈베키스탄 샴벨 바바얀 감독이 불성실한 태도로 팀워크를 해쳤다며 출전 제외를 암시한 핵심 미드필더 라시도프까지 투입됐다. 결국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연막이었음이 드러났다. ‘지한파 공격수’ 게인리히도 함께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래도 전체적인 주도권은 한국이 쥐고 있었다. 권창훈 대신 염기훈(수원삼성)을 투입해 날개에 경험을 싫었다. 들끓는 분위기 속에서 이란이 역전했다. 전반 45분 동점 골을 넣은 아즈문이 후반 19분 역전 골을 터트렸다. A조 지형도가 바뀌었다. 우즈베키스탄이 3위로 도약해 PO 여정에 임할 수 있었다.

한결 여유가 생겼다. 패배만 막아도 됐다. 공격 지역에서의 패스 빈도가 높아졌다. ‘무서운 신예’ 김민재의 철벽방어가 우즈베키스탄의 창을 잘 막고 있었다. 신 감독이 마지막 카드를 뺐다. 후반 33분 이동국(전북)이 이근호를 대신했다.

하지만 열릴 듯, 열릴 듯한 우즈베키스탄 골문은 빗장을 풀지 않았다. 이동국의 헤딩슛은 크로스바를 맞혔고, 상대 수비진이 흔들린 틈을 탄 이동국~손흥민의 연속 슛은 골키퍼까지 빠진 텅 빈 골네트를 가르지 못했다.

결국 스코어 0-0에서 종료 휘슬이 울렸다. 그 때까지도 안심할 수 없었다. 시리아가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태극전사들은 한동안 서성였고, 한국 코칭스태프는 옹기종기 모여 초조히 휴대폰으로 이란-시리아전 결과를 살폈다. 다행히 이변은 없었다. 시리아가 PO에 올랐고, 우즈베키스탄이 완전히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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